정치

목포 주민들 배신감 "孫, 동네 일으킨다 믿었는데.. 제 잇속만 챙겼다"

목포/조홍복 기자 2019. 1. 2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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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타운' 파문]
커지는 부동산 규모 보고 허탈감.. 기자회견 후 지역민심도 돌아서
20일 손혜원 의원의 조카 등이 소유한 전남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골목 안 붉은 건물)을 찾은 관광객들이 출입문 너머로 건물을 구경하고 있다. /이정구 기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백을 강조한 20일 기자회견은 오히려 전남 목포 민심을 부정적으로 자극했다. 이날 본지가 손 의원 측이 집중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주민들을 취재한 결과 "믿었는데 배신감이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오랫동안 방치된 목포의 구도심에 관심을 쏟은 손 의원에게 사의(謝意)를 가졌던 주민들이 날로 늘어나는 손 의원 측의 부동산 규모를 보고 배신감과 허탈감에 휩싸인 것이다

논란의 초기였던 지난 16일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의원을 감쌌다. 박 의원은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술렁이던 목포 민심은 "그럼 그렇지"라며 박 의원의 판단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구도심 주민들은 "김대중 대통령도, 박 의원도 우리 동네에 관심이 없었는데 연고도 없는 손 의원이 구세주로 나타났다"며 손 의원에 대해 응원을 보냈다.

긍정적인 반응이 무너지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손 의원 측 부동산이 당초 알려진 건물 9채뿐만이 아니라 토지를 포함해 최소 20여건 이상이라는 사실이 잇단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이다. 게다가 손 의원 측 부동산은 일대 가장 입지가 좋은 이른바 '노른자 블록'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투기 양상이 짙어지자 민심은 돌아섰다. "우리가 들러리였느냐" "지역 살린다는 게 결국 잇속 챙기기였느냐" 등 부정적 여론이 대세를 이루며 번졌다.

본지가 이날 만난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믿었는데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주민은 "동네를 일으킨다더니 주민을 이용해 돈만 벌려고 한 것 같아 허탈하다"며 "진짜 목포 발전을 위한다면 손 의원이 와서 살면서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30년째 유달동에서 거주하는 박모(67)씨는 이날 교회 신자들 사이에서 손 의원의 회견이 화제였다고 했다. 박씨는 "주민 20명이 이구동성으로 '탈당해도 손 의원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며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이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말해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50년째 이불 장사를 하는 윤모(69)씨는 외지인들의 부동산 매입에 불신을 나타냈다. 윤씨는 "공교롭게도 손 의원이 투자한 이후에 외지인 투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목포 살리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투기로 재미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 의원을 지지하는 주민도 상당수 있었다. 주민 조모(71)씨는 "골목 상권을 살리려는 행동이지 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지원 의원 지지자인데 이번에 태도를 바꾼 모습에 실망이 크다. 앞으로 손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의 조카 손소영씨 카페 유리창에는 '손혜원 아줌마 힘내세요! 꼭 싸워 이기세요' 등의 응원 메모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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