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ㄹ썩 쏴~아, 파도 칠 때마다 전기가 펑펑

2019. 1.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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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사례 없는 재생에너지
건기연, 신개념 파력발전 개발
자전거 페달 구조와 원리 이용
24시간 생산 가능..효율 2배로

온난화로 파력 연간 0.4%씩 증가
먼바다까지 이용하면 원전 50기
연안·도시지역 설치땐 관광자원
온난화로 파도 에너지가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파력발전에는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서해 바다의 높은 파도가 연안 바위를 덮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의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세계 해양의 파도 에너지 곧 파력이 해마다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산타크루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위성 고도계 자료와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분석해보니, 전지구 파력이 1948년 이래 해마다 0.47%씩 증가하고, 최근 20여년 동안은 2.3%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파도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면 온난화가 손실이 아니라 이득을 가져다주는 ‘선물’인 셈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 파도의 잠재력은 재생에너지 생산의 보물창고다.

우리나라 연안해역의 파력 에너지 부존량은 6.5기가와트(GW)로 추산된다. 먼바다까지 이용하면 원전 50기에 해당하는 최대 50G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 연안 파력 에너지 부존량(약 2천MW)의 5%만 개발해도 3만5천가구가 이용할 전기를 만들 수 있다. 파력발전은 하굿둑을 건설해 조수간만 차를 이용하는 조력발전과 달리 해양 생태계와 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적 발전 방식이라는 장점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이 선보인 신개념 파력발전시스템 구조. 건설기술연 제공

파력발전의 역사는 100년이 넘고 영국·네덜란드·덴마크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여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가 이뤄진 곳은 없다.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발전비용이 다른 재생에너지보다 높기 때문이다. 파력발전 시스템은 파도가 치는 대로 움직이는 물체를 이용하는 ‘가동물체형’과 파랑작용으로 진동하는 수면을 이용해 밀폐된 공간의 공기를 압축·팽창시켜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진동수주형’, 파랑이 비스듬히 세워진 구조물을 넘어 떨어지는 수차를 이용하는 ‘월파형’ 등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파력발전이 원활하게 시범 운영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섯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제주도에서 시험 가동하던 파력발전 시스템은 지난해 말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침수됐다. 무엇보다 파력발전은 햇빛이 있는 낮에만 가동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이나 바람이 불어야 움직이는 풍력발전과 마찬가지로 파도가 칠 때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기술연) 연구팀은 최근 이런 걸림돌을 극복하고 24시간 안정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파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박민수 건설기술연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의 핵심장치는 ‘이중 변환장치’와 ‘자동위치조절장치’다.

박 수석연구원은 “이중 변환장치는 자전거 페달의 구조와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파도는 파동의 마루에서 골로, 다시 마루로 이동하면서 물 분자들의 원운동 방향이 바뀐다. 곧 파도의 파동 위에 물방아를 올려놓으면 도는 방향이 바뀐다. 자전거를 달려 바퀴가 빨리 돌아갈 때 페달을 거꾸로 돌리면 헛도는 것을 이용해 이 운동을 한방향으로 돌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변환장치를 이용하면 파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다에서 파도의 움직임 곧 파랑은 24시간 계속된다. 바람이 세어지면 파고가 높아지고 바람이 자면 파고만 낮아진다. 연구팀의 파력발전 시스템에서 발전을 맡는 장치는 ‘원통형 실린더’와 ‘스윙판’이다. 원통형 실린더는 파랑의 원운동에서, 스윙판은 파랑의 직선운동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애초 두 가지 장치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 경우 생산한 전기가 외부로 전송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 생산이 많은 곳에서 작은 곳으로 거꾸로 흐른다는 사실을 알고 두 장치를 합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중 변환장치가 발전율이 높은 장치를 매 순간 선별해 발전기를 작동시키도록 한 것이다. 파도가 높을 때는 원통형 실린더를, 파도가 잔잔할 때는 스윙판을 발전에 쓴다. 마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와 내연기관 가운데 동력원을 선택해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신개념 파력발전 시스템.

‘자동 위치조절장치’는 부력 원리를 이용해 수심 변화에 따라 전체 시스템을 오르내리도록 한다. 또 파랑의 방향에 따라 좌우 회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수위의 높이와 조수간만의 차 등 어떤 환경에서도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파도의 세기와 방향이 하루에도 수차례 변한다 해도 24시간 연속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장치를 갖춘 파일럿 파력발전 시스템을 만들어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있는 해양공학수조에서 파고 1m, 주기 1초의 조건에서 실험했다. 생산전력은 시간당 3㎾가 측정됐다. 우리나라 가구가 평균적으로 한 달에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투입한 에너지와 생산된 에너지를 비교하는 발전효율은 시간 평균 24.1%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팀이 부유식 진자형 파력 발전기의 효율성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최대 발전효율이 12%에 불과하다. 발전효율만 놓고 보면 2배 이상 높다.

박 수석연구원은 “시설비나 설치비 등은 소형풍력발전과 비슷하지만 풍력발전이 블레이드 지름의 5배 만큼 넓은 면적이 필요한 것과 달리 새 파력발전 시스템은 바로 인접해 설치할 수 있다. 연안이나 도서 지역에 설치하면 송전 문제도 해결할뿐더러 아름답게 디자인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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