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보고서 베낀 사실 들키자 내용 삭제한 구미시의회

김정석 2019. 1. 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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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소방청 질의응답 부분 광양시의회와 판박이
구미YMCA 문제제기로 논란 일자 해당부분 지워
사무국 "본회의서 채택 안 된 보고서 수정 가능"
2018년 구미시의회가 일본 해외연수 중 도쿄소방청에 질의응답한 내용(왼쪽)과 2016년 광양시의회가 일본 해외연수 중 도쿄소방청에 질의응답한 내용. 구미시의회는 지역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오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자료 구미YMCA·광양시의회]
경북 구미시의회가 지난해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다른 지역 기초의회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상당 부분 베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띄어쓰기까지 그대로 옮겨진 곳도 발견됐다. 한 시민단체가 이를 지적해 논란이 일자 구미시의회는 결과보고서의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21일 구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4박 5일간 시의회 소속 의원 13명과 사무국 직원 9명 등 22명은 일본 도쿄(東京)와 간사이(関西) 지역 일대를 둘러봤다. 도시재생 사업과 6차 산업 육성, 사회복지 정책 등을 선도해 온 일본의 우수사례를 배워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구미시의회는 최근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시의회 사이트에 실었다. 결과보고서엔 연수개요와 연수단 구성, 연수국가 정보, 기관 방문 결과 보고, 의정 자료 활용 및 정책 제언 등 해외연수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8대 경북 구미시의회가 지난해 7월 2일 임시회를 열고 개원했다. [연합뉴스]

문제가 된 부분은 연수 둘째날인 11월 19일 오후 도쿄소방청 본소 방재관에서의 질의응답이다. 구미시의회가 도쿄소방청 관계자와 주고받았다는 질의응답 내용은 전남 광양시의회가 2016년 5월 다녀온 일본 해외연수 결과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구미YMCA가 입수한 구미시의회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중 도쿄소방청 본소 방재관 질의응답 내용엔 '동경(도쿄)소방청 안전방재관 설립 목적은' '어떤 재난에 대한 체험을 하는가' '지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등 3가지 질문이 나온다. 이 질문들 모두 광양시의회가 도쿄소방청에 질의한 내용과 순서가 똑같다.

답변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도쿄소방청 관계자는 "본소방재관은 동경의 수해지역에 설립 된 방재관임. 이 지역은 땅 이 낮고 옛날부터 풍수해에 의한 재해가 많기 때문에 풍수해에 대한 체험·학습 할 수 있는 방재관이 설치됨"이라고 답변했다. 여기서 '땅 이 낮고' 부분은 띄어쓰기가 잘못돼 있는데, 구미시의회는 이 부분도 그대로 베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국지성 집중호우와 해일에 관한 영상, 지하의문, 자동차가 침수되고 수압이 걸린 문 개방 체험을 할 수 있음"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지하의문' 부분이 똑같이 기재돼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구미시의회 의원과 사무국 직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구미시의회]

구미YMCA는 "문제는 시민의 혈세로 선진지의 정책을 보고 배워와 시정에 반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해외연수가 계획 심의부터 연수결과보고서 작성까지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라며 "참가의원들이 연수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질의와 응답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구미YMCA는 또 "여행보고서 작성과 제출에 있어서도 규정에 따르면 15일 이내 연수에 참가한 의원이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으나 본회의 조사결과 참가의원이 개별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구미YMCA가 구미시의회 일본 해외연수 결과보고서에 대한 지적을 하면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구미시의회는 지난 18일 결과보고서의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현재 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도쿄소방청 본소 방재관 방문 내용에 질의응답 부분이 빠져 있다.
제8대 경북 구미시의회는 2일 임시회를 열고 개원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구미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채택돼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었으나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사태가 터지면서 본회의 채택 전 급히 올린 것"이라며 "급하게 초안을 만들어 올리다 보니 착오가 있었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것도 결과보고서 채택 전까지는 얼마든지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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