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김석기의 '적반하장'

2019. 1.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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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 순 없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강제진압 작전의 총책임자였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10년 전 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다.

당시 작전은 경찰특공대건 농성자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작전 연기를 건의했으나 묵살되었고, 이후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여론 조작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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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0주기인 2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열사 묘역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고인들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남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 순 없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강제진압 작전의 총책임자였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10년 전 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다. 나아가 그는 이 자리에서 2008년 광우병 시위 당시를 “폭력 시위로 인한 무법천지였다”라 표현하며 정부에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철거민 쪽 5명과 경찰특공대 1명 등 6명이 숨진 용산참사를 그는 내내 ‘용산 화재 사고’라 부르며, 세입자와 철거민 단체의 폭력성을 부각하기 위해 애썼다. 준비해온 동영상을 보여주며 “옥상에 있던 30여명 중 3분의 2 정도가 용산지역 세입자가 아니라 전국철거민연합이란 단체 회원으로, (그들은) 철거현장에 늘 와서 철거민에게 억대의 돈을 받아주겠다며 선동하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개발이란 이름 아래 생계대책도 없이 쫓겨난 세입자들과 연대한 이들에게 ‘외부 개입 세력’이란 딱지를 붙여, ‘국가 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숨진 이들 가운데 단체 회원들이 있었다고 해서 경찰의 폭압적 과잉 진압이 정당화될 순 없다.

당시 작전은 경찰특공대건 농성자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었다. 남일당 망루 시위가 시작된 지 불과 25시간 만에 제대로 된 협상과 대화 한번 없이, 그 새벽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지난해 9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혔듯, 작전계획서에 명시된 필요 장비 중 제대로 갖춰진 건 거의 없었다. 현장에서 작전 연기를 건의했으나 묵살되었고, 이후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여론 조작까지 나섰다.

얼마 전 서울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준경씨 사례가 말하듯, ‘합법적 강제집행’이라는 이유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강제퇴거 당하는 철거민이 여전히 부지기수다. 정치인으로서 이런 부분의 대책엔 어떤 언급도 없이 김석기 의원은 “지금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용산참사 10년을 맞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자신에게 쏠리는 화살을 돌려보겠다는 시도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날 회견은 정치인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렸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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