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한미군 감축, 남북 모두 휘저을수 있는 트럼프의 협상 카드"

신나리 기자 입력 2019.01.22. 03:00 수정 2019.01.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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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한미동맹]美, 방위비 증액 압박수위 높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다. 외교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검토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주한미군 규모를 조정하진 않더라도 북한에 내어줄 보상 옵션 중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정부에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WP “주한미군, 북핵 협상서 가장 중요한 카드”

미국이 한미동맹 이슈를 북한과의 협상 의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제안하면 주한미군 일부를 줄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간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겐 주한미군 일부 감축은 한국을 길들이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카드다. 정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 중인 북-미 실무협상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이슈가 테이블에 오를지 우려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줄이려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감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간접적인 선물이 될 것이고, 미국이 북핵 협상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분담금 증액에 몰두하고 있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靑 “1조 원 넘기면 지지층 다 떠나” 난색

한미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총액과 분담금 협정이 적용되는 유효기간을 놓고 의견 대립을 빚고 있다. 특히 총액의 경우 지난해 12월 마지막 10차 협의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 9602억 원의 2배 정도인 16억 달러(약 1조8017억 원)를 요구했다가 12억 달러(약 1조3566억 원)까지 낮췄다고 WP는 보도했다. 1조 원 아래로 맞춰 보려는 한국 입장에선 12억 달러도 수용 불가하다고 했고 이에 미국은 액수를 낮추는 대신 미 항공모함의 한반도 인근 전개 등 군사작전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고 WP는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도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1조 원 이하로 상한선을 제시하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면서 협상을 뒤엎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10차 협의 전후로 미국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줄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강경화 외교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조 원을 웃도는 선이 아니면 협상 타결이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1조 원을 넘기면 (정권) 지지층마저 떠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강경화, 국회에 지원사격 요청

강 장관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협조를 요청한 것은 분담금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를 움직여 어떻게든 ‘현실 가능한 안’을 찾아보자는 시도로 풀이된다. 강 장관을 만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도 ‘협상이 파국으로 가면 안 된다, 한미동맹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강 장관의 방문은) 협상이 타결됐을 때 국회의 비준동의를 못 받으면 또 다른 파장이 일어나니 미리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고위급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 간 합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합리적 타결안에 조속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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