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창규 회장 레임덕? 최측근까지 KT 떠나

구교형 기자 입력 2019. 1. 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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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황창규 KT 회장(66·사진)의 측근으로 통하는 고위임원이 돌연 KT를 떠나면서 임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경찰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 회장을 검찰에 넘겼고, 국회에서는 KT 아현국사 화재사고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방점을 찍은 황 회장이 퇴임을 1년2개월 남기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황 회장 사단 분류 윤경림 부사장 5G 등 전사적 지원 받던 부문장 두 달 만에 돌연 퇴사…뒷말 무성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의 측근인 윤경림 글로벌사업부문장(56·부사장)이 지난주 퇴사했다. 지난해 11월16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 최고단위인 부문장직을 맡은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황 회장은 당시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무게를 싣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윤 전 부사장을 비롯해 측근들에게 주요 사업 부문을 맡겨 내년 3월로 다가온 퇴임까지 대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전 부사장은 황 회장이 KT 수장으로 취임한 2014년 삼성을 본떠 신설된 부서인 미래융합전략실에 영입됐다. KT 출신인 그는 CJ헬로비전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KT로 복귀한 케이스다. 황 회장 재임 기간 미래사업 발굴을 이끌어온 윤 전 부사장이 글로벌사업추진실에서 한 단계 격상된 글로벌사업부문 책임자로 임명되자 조직 안에서는 그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윤 전 부사장은 황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해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8월 KT는 칠레 국가 백본망을 관리·감독하는 자문사로 선정된 데 이어 9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전력청과 300억원 규모의 첨단 스마트 미터기 운용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5G 주요 서비스로 꼽히는 가상현실(VR) 부문에서도 미국·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성과를 냈다. 윤 전 부사장은 통신뿐 아니라 VR, 에너지 등 다양한 신기술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직원들도 윤 전 부사장의 퇴사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 전 부사장이 회사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회청문회·정치자금법 재판 등 연이은 악재에 연초부터 ‘곤혹’

KT의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 발굴을 위해 전사적 지원을 받는 부문의 책임자가 옷을 벗다 보니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KT 관계자는 “일종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내놨다.

경찰이 지난 17일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도 타격이 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4년부터 4년간 총 4억3790만원의 불법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을 준 혐의로 황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전직 임원들이 황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또 황 회장은 KT 아현국사 화재사고로 국회 청문회에까지 출석하게 됐다.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화재사고에 대한 KT 해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판단해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임기 3년을 마치고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은 그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줄곧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9월 23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반전 기회를 가졌다. 이어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듯했지만 잇단 악재가 현 정권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호재를 덮는 모양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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