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X파일 배후에 힐러리 캠프" 폭탄진술 나왔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해 트럼프에 '미운 털'
하원서 "X파일 위험성 경고했지만 FBI가 무시"
트럼프와 공화당에 유리한 진술로 정계 파문
“브루스 오가 어떻게 아직도 법무부에서 일하고 있단 말인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8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트럼프가 꼬집어 지적한 인물은 미국 법무부 차관보를 지낸 ‘브루스 오(Bruce Ohr)’ 검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계 미국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스캔들의 시발점이 된 ‘트럼프 X파일’에 법무부 직원인 브루스 오가 관여돼 있다며, 그를 “징그럽다(creep)” “망신(disgrace)”이라고 강하게 비난해 왔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이 문건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후 광범위한 ‘러시아 스캔들’의 시초가 됐다. 오 전 차관보는 이 문건을 만든 러시아 스파이 출신 크리스토퍼 스틸 전 MI-6 요원과 수십차례 접촉하며 문건 제작 및 확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런 브루스 오가 다시 미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8월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그가 “‘트럼프 X파일’의 배후에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가 있었다”며 “이 문건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연방수사국(FBI)에 경고했지만, FBI가 이를 무시하고 X파일을 트럼프 캠프 도청의 근거로 삼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21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오 전 차관보의 당시 증언 속기록을 입수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X파일’은 힐러리 선거 캠프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거짓 문건”이라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장을 브루스 오가 청문회에서 뒷받침해줬다는 내용이다.
“증언 사실이면 ‘워터게이트’ 이상 스캔들 될 것”
‘트럼프 X파일’은 미국의 사설정보회사인 ‘퓨전GPS’가 스틸에게 의뢰해 작성한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던 2016년 4월, 퓨전GPS는 힐러리 캠프와 민주당에 접촉해 이들에게 총 13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받아 트럼프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X파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FBI가 힐러리 캠프의 개입 사실을 알고도 ‘트럼프 X파일’을 이용했다는 이번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워싱턴 정계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약점’이었던 ‘러시아 스캔들’이 민주당의 커다란 악재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 정치 평론가 그레그 재럿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법원이 사전에 스틸 전 요원과 힐러리 캠프의 연관성을 알았다면 영장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워터게이트 이상의 스캔들이며,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 일부는 교도소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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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엣가시’에서 구세주로?
브루스 오 전 차관보는 아내인 넬리 오가 ‘트럼프 X파일’을 작성한 스틸과 함께 퓨전GPS에 근무한 사실이 있다는 것 때문에 더 큰 의심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브루스 오와 그의 가족이 더럽고 신빙성 없는 가짜 문서를 만드는 것을 도운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면서 부부를 싸잡아 비판한 적도 있다.
뉴욕에서는 갱단 퇴치에 앞장섰고 이후 초국적 조직 범죄 전문가로 러시아와 동유럽의 범죄 조직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MI-6 스파이 출신 스틸 전 요원과도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법무부 ‘넘버 4(서열 4위)’였던 오 전 차관보는 ‘트럼프 X파일’ 논란 이후 상부 지시 불이행 등으로 법무부에서 두 차례 강등됐다. 그러나 아직 해임은 되지 않은 상태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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