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111만t..일본 정부 '방류' 계획 논란
[경향신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보관중인 오염수가 111만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 8주년을 앞두고 후쿠시마 원전의 실태를 조사한 ‘도쿄전력의 방사성 오염수 위기’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1~4호기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t을 보관하고 있지만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오염수 규모는 서울 63빌딩의 용적과 맞먹는다. 게다가 방사성 오염수는 매주 2000~4000t씩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삼중수소수 태스크포스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 트리튬이 담긴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할 것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고, 일본 원자력감독기구(NRA)도 오염수 방출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앞서 태스크포스에선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34억엔(350억원)이 소요되고, 7년 4개월이 걸린다”며 “정부 5개 방안 중 해양방출이 빠른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그린피스는 전했다. 원자력 업체들이 제안한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은 최소 20억달러에서 최대 18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오염수 처리 방식으로는 땅에 묻거나 증기로 조금씩 공기 중에 내보내거나 바닷물에 방류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방사능 오염 문제 때문에 어느 쪽도 쉽지 않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에너지캠페이너는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을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태평양 해양 생태계와 지역사회 보호 대신 단기적 비용 절감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2011년 3월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오염수 문제를 겪어 왔다. 원전에서 방사성에 오염된 지하수가 하루 최대 130t씩 유입되면서, 도쿄전력에선 지하 배수로를 뚫거나 지하수를 뽑아냈지만 원자로 시설로 흘러드는 지하수 양을 줄이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9월 오염수의 방사성 수준을 규제 허용치 이하로 떨어뜨리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트론튬 등 방사성 오염수 80만t 이상을 1000개 저장탱크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쿄전력 발표에 따르면, 정화처리한 오염수 6만5000t에는 안전기준 100배에 이르는 스트론튬 90 성분이 포함됐고, 일부 저수조에선 오염 수준이 안전 기준의 2만 배에 이르기도 했다.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흘려 보내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현 의회와 지역 어민들은 ‘풍평피해(風評被害, 소문으로 인한 피해)’만 키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 정부의 설명과 신중한 결정을 요망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 실태 조사를 벌인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위기를 해결할 완벽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완벽하진 않더라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 세기를 넘어서까지 버티는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면서 오염수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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