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 인권이 고장났어요" 애플 AS직원들의 호소

이선희 2019. 1.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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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상담 외주직원들, 인권위 진정..조사 착수
열악한 근로환경·지나친 통제
보안 이유로 휴대폰 반입 금지
애플, 테스트 제품도 제공안해
고장증상 일일이 책 보며 설명
대기 길고 서비스품질 떨어져
"8시간 내내 아이폰 같은 애플 제품 서비스 문의 전화를 받는데 목이 말라도 휴게실을 못 가요. 하루 휴식시간이 30분인데 물 마시러 정수기 몇 번 찾고, 화장실 한두 번 가면 30분이 다 끝납니다. 화장실을 더 가야 할 때는 매니저한테 물어보고 다녀와야 하는데 정말 비참합니다."

"보안 이유로 사업장에 휴대폰 반입이 안 됩니다. 매니저나 관리자급 직원들은 휴대폰 반입이 허용되고, 상담직원들은 보안 유출 위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항상 감시당하는 기분입니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스마트폰제조사인 애플의 제품과 앱스토어 AS(사후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애플케어 직원들이 척박하고 비인간적인 근로환경을 개선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최근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애플코리아 소속이 아니라 AS 외주업체인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소속 상담원들이다. 애플 AS만을 전담하는 콘센트릭스서비스의 경우 소속 직원이 400여 명에 달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애플케어 상담사들이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이달 초 애플 등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 현장조사와 콜센터상담사 노동인권 개선을 진정하는 신청을 접수했다"며 "인권위는 이에 따라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 고객지원센터에 전화 문의를 하면 긴 대기시간, 불충분한 답변으로 불편이 컸는데 AS 서비스 품질이 미흡했던 데에는 애플 측의 AS정책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도 한몫한 셈이다.

기자가 만난 한 애플케어 상담사는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지만, 회사 실적을 이유로 노동통제가 강조돼 휴게시간까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다"면서 "진정 대상은 애플코리아 하도급업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에게 하도급을 맡긴 애플코리아와 애플 본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케어는 애플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들의 불편사항 등을 돌보는 지원을 뜻한다. 애플케어 상담사들은 아이폰, 맥, 애플워치 등 애플 제품 사용 문의와 결제를 안내하고 앱스토어 상담을 맡는다. 애플은 애플케어 업무 가운데 일부는 직원을 직접 채용해서 처리하지만, 대부분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두 곳에 외주를 맡긴다.

이들 업체는 구직사이트 등에 '최대 IT기기회사 제품 상담'이라고 구직공고를 내고 채용하지만, 급여수준은 입사 3개월까지 월 167만원, 그 이후는 175만~178만원이다.

전직 애플케어 상담사는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도 문제지만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화장실도 못 가는 근로환경"이라며 "직원 숫자가 400명에 달하는데 1년이 지나면 절반이 그만둘 정도로 상담 환경이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데 보장된 휴게시간이 고작 30분에 불과하고 보안을 이유로 사무실에 직원 휴대폰은 반입이 금지된다.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소속 애플케어 직원은 "아이가 있는 상담원은 3시간 동안 아이의 전화를 받지 못해 곤란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스마트폰 상담에 사용할 '테스트폰'도 부족해 직원들은 애플 아이폰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보면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 대신 텍스트로 된 AS 매뉴얼을 보고 설명해야 한다. 애플케어 직원은 "머릿속에 아이폰의 모든 기능을 외우지 않고서는 이용자들의 문의에 상세하게 답변할 수가 없다"며 "애플 전화AS의 경우 답변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테스트폰이 없어 직원들이 스마트폰 기능에 대해 일일이 매뉴얼을 검색해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플의 깐깐한 수리 정책에 대해 애플케어 상담사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고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애플은 아이폰 부품 일부가 고장나도 휴대폰 전체를 교체하는 리퍼비시 수리 정책 때문에 수리비가 비싸다. 예를 들어 지난해 아이폰7 iOS(운영체제)11.3 업데이트 이후 마이크가 안 되는 현상이 여럿 보고됐지만, 애플은 상담사들에게 아무런 지침을 주지 않아 이용자들은 마이크 교체를 위해 45만원을 내고 리퍼비시 수리를 받아야했다.

한편 이날 애플코리아에 AS 상담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애플코리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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