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결국 서울로.."대통령이 직접 나서달라"
[경향신문] ㆍ유가족 “차가운 아들 안고 왔다” 43일 만에 서울대병원 안치
ㆍ광화문광장에 분향소도…시민대책위 “비정규직 해결” 단식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숨을 거둔 지 44일째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가운 아들 용균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삼키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2일 오전 9시쯤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비정규직 직접 고용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기 위해 시신을 서울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서울로 출발하기 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44일째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조속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김용균씨 시신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하고, 분향소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할 계획이다.
태안보건의료원을 나선 영구차는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으로 이동했다. 고인의 동료들은 이 자리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죽음의 외주화에 내던져진 현실을 정규직 전환으로 되돌리고자 정부가 선언해도 발전5사들은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해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시민대책위의 주장이다.
낮 12시 고인은 세종시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상복을 입은 시민대책위는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청사 앞에 묶었다.
운구차는 오후 4시쯤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시민대책위는 “설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며 단식을 시작했다. 시민대책위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이뤄질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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