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에어컨.."가스냉방이 답"

남지원 기자 2019. 1. 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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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산업부 주최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토론회’서 나온 제언들
ㆍ“에너지 절약 효과 커 2030년까지 3배 늘리면 원전 3기분 전력 대체”
ㆍ초기 설비비 비싸 정부 보조금 필요…수요관리로 정책변화 주문도

여름철 업무용 등 대형 건물에 에어컨을 돌리는 에너지원을 전기가 아닌 가스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름철 주요 전력 소모품인 전기 에어컨 대신 다른 냉방 방식으로 대체해 전력수요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2030년까지 가스냉방을 3배로 늘리면 원자력발전소 3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조수 박사는 22일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가스를 이용한 냉방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270만냉동톤(RT)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내놓을 예정인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마련을 위해 열렸다. 이날 나온 제안들은 혁신전략에 반영된다.

가스냉방은 전기 대신 가스로 냉방기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크게 자동차의 냉난방 시스템처럼 가스엔진으로 압축기를 가동해 여름에는 냉방기, 겨울에는 난방기로 쓸 수 있는 ‘GHP(가스엔진히트펌프) 방식’과, 물이 수증기가 되거나 수증기가 물이 되는 과정에서 흡수·방출되는 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하는 ‘흡수식’으로 나뉜다. GHP는 사무용 건물이나 상업시설 등 공간이 나뉜 개별 냉난방 시설에서, 흡수식은 중앙냉방을 운영하는 병원 등에서 주로 쓰인다.

가스냉방은 전기에 비해 냉난방비가 저렴하고, 한 대의 장비로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가스냉방은 1차 에너지인 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2차 에너지인 전기보다 에너지 절약 효과도 크다는 게 에너지기술연구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높아서 지금까지는 확산이 더뎠다. 2013년 기준 전체 냉방에너지에서 가스 비율은 9.3%로, 23%인 일본보다 크게 낮다.

조 박사는 “한국이 충분한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고도 매년 동·하계 전력피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냉난방용 에너지원이 전기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력 소비는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집중돼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7월 말 전력예비율은 한때 7.7%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평소에는 예비율이 20~30%대를 오가고 주말에는 50%까지 치솟기도 한다. 비수기 전력이 남는 이유는 발전소가 여름철 전력수요에 발전량을 맞추려고 설비를 늘려놨기 때문이다. 이는 여름철 전력수요만 잘 관리하면 발전량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가스냉방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약 3배인 1270만RT로 늘리면 3GW의 전력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원전 3기, 석탄화력발전소 6기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가스냉방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도 있다. 일반 전기에어컨 장비에 비해 가스냉방의 초기 설비비가 비싸서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 또한 가스보일러처럼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건물부문은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한다. 상업·공공 건물의 2016년 냉방용 에너지 소비는 2013년보다 1.8% 늘었고, 냉방에너지 중 87% 이상에 전기가 사용됐다. 양인호 동국대 교수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선 에너지 공급 위주에서 수요관리로 에너지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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