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안 내놓고 비판만 하는 한국당
[경향신문] ㆍ나경원 “총리추천제 받으면 연동형 비례제·석패율제 논의”
ㆍ구체안 없어 ‘시간 끌기’ 지적
ㆍ야, 민주당안에도 일제히 반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당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당론을 채택하면서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유일한 당이 됐다.
한국당이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다른 당의 선거제 개편안을 비판만 하는 탓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국회 총리 추천제를 받아들인다면 연동형 비례제와 석패율제를 논의하겠다”고만 했다. 입장 없이, 다른 당의 태도에 따라 협의에 임하겠다고만 한 것이다.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정개특위 1소위에서 “민주당이 당론을 내고 1소위에서 5당의 의견이 접근된다면, 최소한의 의견 접점을 바탕으로 의총을 열어서 당론을 마련한다는 것이 저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10차례 이상 소위를 열었지만 접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단에 특별하게 보고할 의견 접점이 없었단 말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정개특위에선 한국당에 선거제 개혁안을 제시하라는 다른 야당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구체적 안이 나와야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고 했고, 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이 안을 냈으니) 순서는 한국당이 개혁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셔야만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한국당은 300석 유지에 합의할 수 있고 지역구 축소는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게 야 3당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날 민주당이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의원 100명’을 골자로 내놓은 ‘선거제 개혁안’을 두고 “짝퉁에 가까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어떻게 200석으로 줄일지 진전된 안을 내놓으라”(천정배 의원), “연동성을 약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야 3당이 동의하기 어렵다”(김성식 의원), “(민주당은) 정당지지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전제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된다”(정의당 심상정) 등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안에 대해선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지역구 의원을 53명 줄여 200명으로 만들자는 내용에 대해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고,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으로 늘리자는 안을 두고는 “정신은 좋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여론 눈치를 보면서 협상용 카드”로 안을 낸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입장을 내놓지 않고 민주당 안은 야 3당의 반발을 사는 등 거대 양당과 야 3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선거제 개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박순봉·김한솔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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