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지역 폐지에 군부대 주변 상권 술렁..병사들은 환영

노진표 기자 2019. 1. 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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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대목만 보고 장사하는데..접경지 주민으로 희생만 하고 살아"
외박지역 제한(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일과 후 외출을 골자로 한 국방부 혁신안에 군부대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위수지역 폐지가 논의될 당시 경기도 포천시 일동터미널 인근에서 위수지역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연합뉴스
[서울경제] 외박지역 제한(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일과 후 외출을 골자로 한 국방부 혁신안에 군부대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숙박업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들은 “가뜩이나 점점 죽어가는 상권이 더 힘들게 됐다”고 호소했다.

평일 병사들 외출이 허용되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군부대 주변 상권들의 경우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일과 주말의 매출이 많게는 5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군 장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수지역 인근 사단의 병력 상당수가 타 지역으로 이전한 최근에도 주말에는 군부대 주변 PC방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경기도 포천시 지역 인근 사단에서는 이달 말부터 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외출 제도를 차례로 시행한다. 위수지역 폐지에 대해 포천시 일동 터미널 주변 거리의 상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 22일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7·여)씨는 “교통이 편리해 지면서 점프(외박 때 지역 제한을 어기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말하는 은어)를 뛰는 병사들이 많아지며 매출이 급감했다”며 “지역 제한까지 없어지면, 여건이 더 좋은 포천 시내나 의정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의 위기감은 더 컸다. 대형 모텔을 운영하는 A(66·여)씨는 “제한이 없어지면 나라도 여기서 안 묵을 것 같다”며 “주말만 보고 장사하는 터라 가격을 갑자기 많이 내릴 수도 없고, 답답한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위수지역은 이미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인들 대다수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는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가능해지며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외출 시간이 일과 후∼점호 전 약 4시간 정도로 외박에 비교해 짧고, 조건이나 외출 인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이동 시간을 빼면 외출이 길지 않아 잠깐 개인적 용무를 보면 끝날 것”이라며 “상권이 활성화될 정도로 소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주말 대목만 보고 장사를 하는 터라 가격을 많이 내릴 수도 없는 사정”이라며 “접경지 주민으로서 희생만 하고 살았는데 또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주 소비층인 군인들의 의견은 대조적이었다. 그동안 위수지역 상인들이 취하는 폭리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이 상권의 주 고객이었던 군인들은 “PC방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밝혔다. PC방은 병사들이 외출, 외박 때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에는 오전에 PC방이 만석이 돼 미리 자리를 잡아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한 전역 병사는 “요금이 시간당 1,500원 정도로 비싸고, 주말에는 할인을 위한 회원 가입도 못 하게 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며 “거기다 컴퓨터 성능도 좋지 않아 게임을 하기 위해 외박 때 의정부까지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숙박비가 비싸다는 지적도 많았다. 주말 평균 숙박비는 6만∼10만원 선으로 도심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 거기에 오전에 방을 잡으면 대실료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한 방에 여러 명이 들어가면 인원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비싼 방의 질이 나쁜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다른 전역 병사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군인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바가지요금이 아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군부대 주변 상권을 이용하지 않는 군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는 올해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일과 이후 외출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평일 일과를 끝내고 일석점호 시간인 오후 9시30분까지 약 4시간 부대 밖으로 외출할 수 있다. 또한 1월부터 외박지역 제한을 폐지하는 혁신안도 발표됐다. 제도 시행 시점은 부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자동차로 일정 시간 내 복귀할 수 있으면 지역 제한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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