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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 추락 청년, '영사조력법' 지원받을수 있을까

입력 2019.01.23. 19:46 수정 2019.01.24. 08:46
지난해 12월 미국 여행 중 추락..현재 의식 불명
가족 "병원비만 10억..국가가 귀국 도와달라" 국민 청원
"국가가 나서야" vs "개인 잘못 세금 지원 못해" 팽팽
'재외국민 조력 위한 영사보호법' 지난해 통과됐지만
외교부 "법 시행은 2021년부터..이 법으로 지원 어려워"
캐나다 유학생 박아무개씨가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을 관광하다가 절벽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에서 20대 한국인 청년이 절벽으로 추락해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 누리집에 이 청년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 만큼 청년의 귀국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잘못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캐나다 유학생 박아무개(25)씨는 지난해 12월30일 미국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했다가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박씨는 목격자들의 신고로 곧장 병원에 이송됐지만 뇌손상과 골절상을 입고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이후 지난 17일 박씨의 큰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살 대한민국의 청년을 조국으로 데려 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올리고 국가의 도움을 요청했다. 박씨의 큰아버지는 “(박씨를) 한국으로 데려 오고 싶지만 관광회사와의 법적인 문제와 치료비 문제로 불가능하다”며 “현재까지의 병원비가 10억원을 넘고 환자 이송비만 거의 2억원이 소요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박씨가) 타국에서 당한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개인이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국가는 단1명의 자국 국민일지라도 이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국민의 일원인 박군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청원글이 알려지자 누리꾼 사이에는 논쟁이 벌어졌다. 청원글 댓글란에는 “왜 개인이 부주의해서 당한 사고에 국가가 지원해야 하냐”는 의견과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의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청와대 누리집에는 지원을 반대하는 이들이 작성한 ‘그랜드 케니언 추락사고 가족들의 뻔뻔함에 기가 막힙니다’ ‘그랜드 케니언 사고 12억 세금 투입 반대합니다’ 등의 청원도 잇따라 올라왔다.

국내에서 논란이 이는 것과 별개로 <한겨레> 취재 결과, 박씨의 가족은 귀국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큰아버지는 귀국을 원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지만, 박씨의 부모는 박씨가 미국 현지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씨의 가족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애리조나주 영사협력원을 현지 병원에 파견하는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계속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가 나서서 박씨의 귀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외교부는 개인적 사고에 대해 국가가 지원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가가 관여된 사고가 아니라 개인이 여행을 갔다가 당한 개인적인 사고는 정부가 지원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씨와 같이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를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샘물교회 탈레반 피랍 사건’ 때도 국정원이 탈레반 세력에게 인질 석방의 대가로 거액을 지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이후 계속된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지원 범위 등을 정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영사조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영사조력법은 △해외위난상황 발생 △재외국민 사망 △재외국민 범죄피해 △미성년자·환자인 재외국민 △재외국민 실종 △형사절차 등 6개 유형에 따른 영사조력 내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국민이 정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을 경우 정부가 그 비용을 청구할 법적 근거로 마련됐다.

문제는 이 법의 시행일이 2021년 1월16일로 박씨가 이 법에 근거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사조력법은 아직 발효된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에 근거해서 지원 가능성을 검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병원치료비 10억, 이송비 2억이 맞는지부터 시작해 사실 관계부터 정확히 확인한 다음 지원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현재까지는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지원 가능성에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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