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홍어는 흑산도·주꾸미는 봄이라는 편견이 깨지다 [지극히 味적인 시장]

김진영 식품 MD 입력 2019. 1. 23. 21:23 수정 2019. 1. 2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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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천종합어시장

인천종합어시장은 수산물을 다루는 수도권 최대 규모 시장이다. 500여개의 점포가 선어, 활어, 건어물, 젓갈 등을 판매한다. 저렴하게 제철 생선을 즐기려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제철 식재료를 알면 여행이 한 뼘 더 맛있어집니다. 시장을 가더라도 식재료를 알면 건네는 돈이 가벼워집니다. 전국의 시장을 돌면서 제철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 와이번즈 경기가 문학 경기장에서 열리는 날, 8회 초가 끝나면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1979년 김트리오가 발표한 인천을 대표하는 ‘연안부두’다. 수많은 배가 오가는 인천항. 사람은 여객터미널로 오가고, 수출입 상품은 신항으로, 서해와 전국 각지에서 나는 수산물은 인천종합어시장으로 모인다.

인천종합어시장이 정식 명칭이지만 필자에게는 연안부두어시장이 입에 붙는다. 어린 시절 부평에 살 때 어머니나 아버지가 “연안부두 가자”고 하셨기에 연안부두가 더 익숙하다. 인천종합어시장은 1975년, 그 당시로는 동양 최대 크기로 시장을 열었다. 2019년 현재 수도권 최대 산지 어시장으로 선어, 활어, 건어물, 젓갈, 냉동 수산물을 파는 점포 500여개가 영업하고 있다. 어릴 때 연안부두는 저렴한 수산물을 사러 가는 곳이었다. 부평에도 큰 시장이 있었지만 어시장의 다양함과 저렴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흔히 어시장은 횟감을 즐기러 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강서수산물시장, 가락동수산물시장만 하더라도 회를 먹을 수 있는 곳들이 성업 중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이하 어시장)에도 횟감 파는 곳이 있다. 여기서 꼭 맛봐야 하는 횟감이 있다. 코를 쏘는 냄새로 잘 알려진 어종이다. 코를 쏜다? 혹시 홍어? 어시장 내에 활어를 파는 곳과 마주 보며 홍어를 파는 집이 몇 집 있다. 홍어 하면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나 나주 영산포를 생각한다. 홍어는 서해를 회유하는 어종, 인천에서 뱃길로 두 시간 가는 대청도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주꾸미 제철을 봄으로 아는 이가 많지만 산란을 앞둔 봄 주꾸미는 맛이 떨어진다. 쫄깃하고 보드라운 살맛은 오히려 겨울에 일품이다.

외국산 한 접시 먹을 가격이면 대청도 생홍어 한 마리 통으로 양·값·맛 삼합이 맞아떨어진다 ‘쌀밥 맛’ 봄철 주꾸미 알 대신 부드러운 ‘살맛’ 별미 즐겨보자 산란 전 풍부한 맛 배어나와 어시장 가까이 ‘밴댕이거리’ 여럿이선 코스, 혼자면 비빔밥 한 술 뜨면 절로 입꼬리가 쓱

2010, 2011, 2013년은 대청도 인근에서 잡힌 홍어가 전라남도보다 훨씬 더 많았던 해다. 어획량은 전라남도 못지않다. 홍어는 비싸다. 국내 홍어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한때 마리당 100만원까지 올라 귀한 몸 대접을 받았던 적이 있다. 가격이 내려간 지금도 몇 십만원 한다. 제대로 삭힌 국산 홍어 한 접시가 10만원이 넘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홍어도 몇 만원을 내야 한 접시가 나온다. 어시장에 오면 수입 홍어 한 접시 가격으로 국내산 홍어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것도 한 접시가 아니라 한 마리를 통으로 말이다.

홍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삭힌 홍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지만, 빠져들기도 힘들다. 홍어에 많이 들어 있는 요산이 숙성 과정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발생해 특유의 향을 낸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향’이지만 누구에게는 ‘악취’일 뿐이다. 그래서 한없이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하지만 생홍어라면 말이 달라진다. 어시장에서 파는 홍어는 삭히지 않은 날것이다. 생홍어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찰지다’다. 밝은 선홍빛이 도는 회 한 점을 씹으면 차지게 씹힌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듯 홍어도 씹어야 맛이다. 홍어는 신 김치,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의 ‘사합’이 정석이지만 생홍어는 소금에 찍어야 제격이다. 초장도 좋지만 소금이 홍어회에 숨어 있는 단맛을 제대로 끌어낸다.

대청도·소청도 근해에서 잡힌 홍어, 주문하면 먹기 좋게 홍어를 토막내 손질해준다.

홍어 좋아하시는 장모님 드릴 요량으로 6만원짜리 한 마리를 골랐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어획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지만 ㎏당 1만3000원에서 1만7000원 사이다. 한 마리를 골라 손질을 부탁하니 이내 껍질을 벗기고 배를 갈랐다. 부위별로 크게 자르고 포장을 한다. 탕 끓일 내장, 날개(지느러미)와 몸통, 그리고 홍어 별미 중의 별미 코와 애를 따로 포장해준다. 두 점 정도 나오는 볼살도 빠지지 않았다. 집에 와서 홍어집에서 알려준 대로 잘라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며칠 두고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양, 가격, 맛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대한 추위가 있는 1월, 어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주꾸미다. 꽃 피는 봄도 아닌데 한겨울에 웬 주꾸미 타령이냐 타박할 것이다. 봄에 많이 잡히는 이유는 수온이 깊은 바다보다 빨리 올라가는 얕은 바다로 몰리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1년을 산다. 봄철에 잡히는 주꾸미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다. 산란을 끝내고는 짧은 생을 마친다. 봄에 태어나 얕은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겨울이 오면 깊은 바다로 나간다. 다시 봄이 와 산란을 하기 위해 얕은 바다로 나올 때는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겨우내 축적한 에너지를 사용해 헤엄치고 산란장을 찾는다. 신혼방을 찾는 주꾸미의 본능을 이용해 봄철 주꾸미 잡이에는 소라 껍데기를 쓴다.

봄철 주꾸미 몸통에 든 알이 별미라 해서 많이 찾는다. 흰쌀밥 맛이 난다는 게 별미로 치는 이유다. 알은 암컷이 품는다. 대부분 수산물은 알을 품을 때 살맛이 떨어진다. 산란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나오는 대구도 탕을 끓일 때 암컷보다는 수컷을 더 쳐준다. 이리 맛도 있지만 살맛이 수컷이 낫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는 먹이 활동조차 하지 않기에 살맛이 더 떨어진다. 겨우내 사냥으로 축적한 에너지를 산란하는 데 쓴다. 지방과 탄수화물 형태로 축적한 것을 써버릴수록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암컷의 알이 별미라고 먹지만 1월의 주꾸미 살맛과 견주어서는 별미라 하기 힘들다. 지금 주꾸미의 살맛은 보드랍다. 살짝 데친 주꾸미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봄철 주꾸미와 다름을 단박에 알아챈다. 처음은 탄력으로 이에 저항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씹힌다. 씹을수록 근육 내 쟁여 있던 맛들이 속속 나온다. 서울 마포에서 2대째 목포낙지를 운영했던 최문갑 사장도 봄철보다는 지금 먹는 주꾸미가 최고의 맛이라고 인정한다.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사리(바닷물이 많이 움직일 때)에 가까워져 잡히는 양이 많으면 1만5000원 내외이고, 조금(바닷물이 가장 적게 움직일 때)에는 적게 잡혀 2만원을 훌쩍 넘긴다. 잡히는 양에 따라 1㎏ 가격이 1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사리와 조금 물때는 꽃게 철에도 매한가지다. 조금 때 가면 적게 잡혀 주꾸미처럼 가격이 비싸다. 조금과 사리 물때는 조석표로 검색하면 알 수 있으니 수산물 살 때 참고하면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주꾸미 알을 별미로 찾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어획량 감소다. 해마다 주꾸미 어획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알에서 흰쌀밥 맛이 나 별미라 찾는데 차라리 진짜 쌀밥을 먹고 산란은 하게 뒀으면 한다. 명태처럼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찾는 이가 적어지면 잡는 이도 적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주꾸미의 맛을 오롯이 즐기기에는 지금이 딱 좋다. 어족 자원도 보존하고 맛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밴댕이 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이 과하지 않다. 그릇에서 한꺼번에 비비기보다 조금씩 넣고 먹는 걸 추천한다.

어시장 구경을 끝내고 출출한 속을 채우러 ‘반지’를 찾았다. 찬란한 은빛 나는 반지다. 강화도나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밴댕이로, 목포에서는 바다 송어로 불리지만 본명은 반지다. 강화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반지를 밴댕이라 부르지만 실상 밴댕이는 다른 생선이다. 국물 낼 때 많이 쓰는 디포리가 밴댕이 새끼를 말린 것이다. 밴댕이는 청어과 생선으로 멸칫과의 반지와는 집안이 다르다. 수도권에서 자주 사용하다 보니 군산에서 반지로 판매함에도 밴댕이를 일컫는 지역 사투리처럼 되었다. 신문 기사에서도 명칭 오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반지는 반지고, 밴댕이는 밴댕이다.

어시장에서 항구 쪽으로 몇 분만 걸으면 밴댕이거리라 쓴 표지판이 보인다. 사실은 건물 1층과 2층에 밴댕이 전문점이 모여 있다. 여럿이 와도 좋고, 혼자 와도 괜찮다. 여럿이면 코스로, 혼자면 밴댕이 비빔밥을 주문하면 된다. 혼자 온 터라 여러 곳 중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로 냉동한 것을 해동해 판매하는데 운 좋게도 그날 경매에 밴댕이 선어가 들어왔다고 했다. 잠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비빔밥이 나왔다. 매콤, 새콤, 달콤한 양념에 무친 밴댕이무침이 나왔다. 밴댕이가 넉넉하게 들어 있다. 비빔 그릇에 담긴 밥과 비벼 먹어도 좋지만, 같이 나오는 돌게장이나 반찬을 같이 즐기기에는 조금씩 밥에 덜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김 나는 밥에 밴댕이무침을 가득 얹어 먹으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선어 무침은 밥 포함, 1만2000원, 해동한 것은 9000원이다. 연백식당 (032)884-1349

가족이나 연인끼리 간다면 인천의 유명한 관광지인 신포시장, 차이나타운, 월미도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니 일정에 같이 넣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날씨가 좋을 때는 100년 등대가 있는 팔미도 유람선도 괜찮다.

▶필자 김진영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4년차 식품 MD.』 김진영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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