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100억대 유물 기부 이미 밝혀"

김한솔 기자 2019. 1.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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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목포서 투기 의혹 반박 회견 “이익 나면 사과, 현재 없다”
ㆍSNS 생중계·야당 원색 비난 ‘대응법이 사건 키운다’ 우려

손혜원 “목포 절대 안 떠나” 무소속 손혜원 의원(왼쪽)이 23일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인 전남 목포 대의동 폐공장 부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목포 문화재거리 투기’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목포 문화재거리 투기’ 논란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64·무소속)이 23일 “평생 한번도 제 이익을 위해 행동한 적이 없다”며 자신이 모은 유물과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자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물관을 만들어 국가에 기부할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아니고, 사적 이익을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직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손 의원은 재단이 매입한 전남 목포 대의동 폐공장 부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재단에 관련된 모든 것들은 전부 국가에 귀속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의원은 “이해충돌에 대해 설명드리겠다”며 “제가 (이 건물을) 사서, 수리해서, 갖고 있는 수십억 나전칠기 유물들을 여기 다 넣은 채로 (목포)시나 (전라남)도에 다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또 “이해충돌은 언젠가 제가 (이익을) 가지려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나전칠기 유물 가치를 다 합치면) 100억원도 넘을 텐데 다 드리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했다. 손 의원은 2011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기부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모르는 이익이 올 수 있는 게 있다면 사과하겠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직설화법으로 90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에서 (조카 명의로 매입한) 창성장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국회에서 발언하면 장사 잘됩니까? 여러분들이 기사 내주셔서 잘된다”고 했다. ‘보좌관의 남편이 5·18 성지인 동아약국을 매입했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는 보도에는 “보좌관(남편)이 산 건 12평”이라며 “문화재 지정은 전문가들이 고른 것 중 본인(건물주)들이 하겠다고 하는 것만 된다”고 반박했다. 도시재생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저는 절대 목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을 제기한 야당 정치인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두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너무 무식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에 대해선 “선거 때도 여기엔 후보들이 안 온다고 한다. 주말에 왔지만 한번도 이 지역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일부 언론에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손 의원은 간담회 초반 “SBS 기자분 오셨어요? SBS팀 안 계세요? 좀 여쭤보고 싶다”며 “왜 왜곡된 기사를 써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는지”라고 했다. SBS는 의혹을 첫 보도한 매체다. 조선일보 기자가 ‘11억원을 대출받아 7억1000만원을 부지 매입에 썼는데 나머지 용처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런 질문을 조선일보가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손 의원은 ‘유물·재단 자산 국가 기부 계획’을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금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유물 기증 의사는 국민적 공분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얕은 꾀”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의라 믿는 행위도 의원직을 내려놓고 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공직자의 행위는 ‘보편성’이 있어야 하는데 손 의원은 그렇지 않다. (최소한) 이해충돌방지 위반 미수”라고 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 간담회를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직접 호소하는 ‘손혜원식 대응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손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뒤 페이스북으로 해명과 반박을 이어 왔다. 하지만 여당 내에선 이 같은 대응이 오히려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당사자의 ‘태도’를 보게 되는데, 손 의원의 태도는 그런 면에서 잘못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손 의원과 김정숙 여사 간의 관련설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의 친구라 해도 현역 국회의원”이라며 “민정(수석실)은 현역 의원들을 법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감찰할 수 없다”고 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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