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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는 여자 안 뽑는다? 여자 의대생 공공연한 차별

전미옥 입력 2019.01.24. 03:05 수정 2019.01.24. 09:40
학생 때부터 공고한 여자 의사 유리천장..이의제기해도 학교·병원은 묵묵부답
픽사베이

#정형외과는 몇 년 동안 여성을 뽑지 않았다. 근거가 여성을 뽑았는데 도망가서 안 뽑는다고 한다. 솔직히 그분(여자 전공의)이 나간 이유가 여자라며 캐비닛에 넣고 폭력을 가해서 도망갔다고 들었다. 그러면 남자도 도망가는 사람이 있으니 뽑지 말아야 하지 않나.

#인기있는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과까지도 심지어 남자들만 뽑는다. 같은 성적이면 여자보다 남자가 더 경쟁력있는 것이 현실이라서 여자는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더 독해져야 하고, 그러면 '독한 년' 소리를 듣는다.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더 여자를 안 뽑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전국 의과대학 내 여학생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 의대생 10명 중 7명이 성차별을 경험했으며, 전공과 선택에서 불이익을 당한 여학생은 10명 중 6명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인권의학연구소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국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고, 37.4%은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 높았다. 심지어 특정 과에서는 여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전통이 있으며, 이를 학생들에게 공언하는 등 의료계 성차별 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는 "특정 전공과는 여학생을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학생 때부터 교수나 선배가 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때문에 전공과 선택 시기 이전부터 여학생들이 차별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여자의사는 의사 남편이 최고다', '넌 알바나 하고 남편 교수시켜 뒷바라지해라' 등 수업시간에서도 공공연하게 남녀차별적 발언을 하는 교수들도 흔했다"며 "이 같은 관행은 물리적인 힘을 요구하는 전공과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과에서도 공공연했다"고 말했다.

성별을 불문한 학생들의 폭력 노출도 심각했다. 의대 학생들의 10명 중 5명(49.5%)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학생들의 16%가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10명중 6명(60%)는 모임이나 회식에서 ‘음주 강요’를 겪었다.

이같은 폭력과 차별의 주요 가해자는 교수와 선배였다. 병원실습을 하는 실습생의 경우 가장 많은 가해자가 교수(68.9%)로,  비실습생은 선배나 동료인 학생(58.5%)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결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학생 중 병원이나 대학에 신고한 사례는 3.7%에 불과하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거나, 신고 후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 등으로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 신고자 대부분이 학교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하는 등 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실시한 심층인터뷰에서 의대생들은 차별 및 폭행 실상을 쏟아냈다.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는 물론 문제 사건의 해결과정에서도 암묵적인 은폐나 신고자의 2차 피해가 만연했다.  

심층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배척되는 분위기다. 동기들 사이에서 배척되고 나중에 인턴이나 레지던트 일을 할 때 평판에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 레지던트 선발을 할 때도 영향을 준다"며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낙인은 내게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학교나 실습병원들은 인권침해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고,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대응센터 등 자체적 노력도 없거나 미비했다.

최 교수는 "최근 그나마 미투운동을 통한 변화가 있어 덮는다고 덮어지는 시대가 아님을 인지하는 학교가 일부 있었다. 상담센터를 만들고 대응에 나서는 학교가 일부 있었지만,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학생들의 불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의 학교가 아무런 대응책이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잘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통해 인권침해 사건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해결책으로 ▲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의과대학의 인권교육 및 정기적 실태조사 시행▲교내 권위주의 문화 철폐 ▲강력한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신고-조사-징계시스템 구축 ▲의료법과 전공의법에 병원 실습중인 의과대학생들의 인권보호 항목 추가 ▲전공의 선발과정 실태 조사 및 투명성 결과를 의료기관평가항목에 반영 등을 제안했다.

연구를 총괄한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의대 내에 심각한 성차별, 성희롱 문제가 있음을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교당국은 성차별과 성희롱 교수에 대한 징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전공의 선발과정의 투명성을 의료기관 평가항목에 포함하고, 어떤 과가 여성 전공의를 배재하고 차별하는지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의과대학협회는 매년 졸업생을 대상으로 '부당한 대우'전수조사를 하고 전 대학에 공개해 대학별로 인권 침해 현황을 파악하고 해결에 나선다. 우리나라도 졸업생만이라도 이런 조사를 시행해서 일단 현황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과 교육당국도 의대생들의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정훈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은 "그동안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전국의대평가항목에 학생들 얼마나 심리적 여건에서 인격체로 대우받으며 교육을 받고있는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해보겠다. 또 교육과정에도 학생 인권을 반영한 교과를 편성하는 등  교육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가장 큰 해결책은 신고다. 드러나야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정체돼 개인이 참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피해자가 불안을 깨고 용기낼수있는 기전을 마련하기 위한 공적개입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의료계 핵심 단체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 긴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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