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판사' 명재권 vs '프로 기각러' 허경호..엇갈린 평가

천금주 기자 입력 2019. 1. 24. 07:02 수정 2019. 1. 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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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과 불구속. 갈림길에 섰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엇갈린 결과를 받아들었다.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된 반면 박 전 대법관의 영장은 기각돼 풀려났다. 이후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잇따라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네티즌 사이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을 발부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름대로 ‘명판사’가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허경호 부장판사는 ‘프로 기각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한 직후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5시간에 걸친 영장 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자정 무렵까지 기다렸다. 법원은 예우 차원에서 대기 장소를 검찰청이나 인근 서울 서초경찰서로 지정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과 똑같은 처분을 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 제공한 짙은 남색의 긴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유치실에서 대기했다.

검찰 출신으로 2009년 수원지법 판사로 전직한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 재판부에 합류했다. 이후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을 상대로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하기도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일선 경찰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선 명 부장판사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긍정적이다.

반면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리한 허경호 부장판사에 대한 평가는 상반됐다. 앞서 검찰은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이번에는 박 전 대법관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으로 접속해 고교 후배인 사업가의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본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날 구속영장 심사를 심리한 허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 기각 후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여론의 관심이 높은 주요 사건을 심리할 때마다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7월 ‘강원랜드 지인 채용 청탁’ 혐의를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허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와 권 의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군 댓글 수사’ 축소 지시 의혹을 받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미투 운동’을 촉발한 안태근 전 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마저 기각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허 부장판사를 ‘프로 기각러’로 부르며 비판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허 판사가 풀어준 인물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졌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 부장판사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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