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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팩트] 헌정 초유 전 사법부 수장 구속.."혐의 소명·사안 중대"

양일혁 입력 2019.01.24 11: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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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오늘 새벽 발부됐습니다.

71년 헌정 사상 처음인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양일혁 기자!

밤사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보통 영장을 발부할 때 사유가 언급되죠.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인데, 오늘 새벽 2시쯤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발부 사유를 보면,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을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로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71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사법부의 수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고, 구치소와 검찰 청사를 오가며 조사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앵커] 공정한 재판이 생명인 법원에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 어느 정도 인정됐다. 이렇게 볼 수 있을 텐데요.

사법부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참 침통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날 아침, 김명수 대법원장 출국길에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출국 차량에서 내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고개부터 숙였습니다.

착잡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다음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 이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이라고 믿는다고도 전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명수 / 대법원장 :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 마음과 과오를 밝히고 국민 여러분께작게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기자] 또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항 검찰 역시 애석한 심정을 밝혔는데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지위나 공모 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될 거란 전망도 많았어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한 마디로 검찰의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줄곧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3차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기억이 없다거나 죄가 안 된다, 혹은 실무자가 한 일이라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습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 정황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 공모 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에 주목한 겁니다.

이후 검찰은 김앤장 변호사 독대와 블랙리스트 등 문건 등 양 전 대법원장이 범행에 직접 개입한 결정적 증거들을 확보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핵심 혐의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의 지문이 묻은 곳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검찰이 직접 개입 정황을 들고나왔다 하더라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호락호락하게 혐의를 인정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방어전략을 펼쳤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순순히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핵심 물증이 크게 보면 세 가지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사항을 기록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 수첩, 비판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검토한 뒤 직접 서명하고 체크한 '판사 블랙리스트', 강제징용 재판개입을 논의한 정왕이 담긴 김앤장 문건이 있습니다.

어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이런 물증이 언급이 됐습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진실이 왜곡됐다거나 모함이다 혹은 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를테면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 자신을 가리키는 한자로 대 자로 된 표기를 두고 차후에 적은 것일 수도 있지 않냐고 주장했습니다.

또 양 전 원장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장 시절 30여 명에 이르는 법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에 대해 서지현 검사 한 명에 대한 인사보복 행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보다 훨씬 더 죄가 무겁고 증거도 탄탄하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박병대 전 대법관. 이번에도 기각됐습니다. 이번에도 2번째죠.

[기자] 박병대 전 대법관은 어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7시간 가까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이에 박 전 대법관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혼자 구치소 밖으로 나와 귀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는 "기각하더라도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양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