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이스피싱 같아요"..흡연구역서 들려온 수상한 목소리

이철 기자 입력 2019.01.24. 14:38 수정 2019.01.24. 15:15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 대화 내용이 보이스피싱 같아요."

지난 22일 오후 7시40분쯤 112 상황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길에서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하던 중 바로 옆 흡연구역에서 들려오는 남자 두명의 대화가 묘하게 보이스피싱범들의 말투같다는 신고였다.

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입금한 돈을 30분 안에 못 찾는 것이 은행 규정이지 않나"며 "왠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보이스피싱범 같다는 느낌이 들어 112에 바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인출책 의심 대화 경찰신고..실시간 위치 제보까지
신고자 "다시 그 상황이 와도 경찰에 신고할 것"
© News1 DB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 대화 내용이 보이스피싱 같아요."

지난 22일 오후 7시40분쯤 112 상황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길에서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하던 중 바로 옆 흡연구역에서 들려오는 남자 두명의 대화가 묘하게 보이스피싱범들의 말투같다는 신고였다.

이날 50대 여성 C씨는 지하철 5호선 천호역 근처에서 퇴근을 하던 중 이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은행 근처 흡연구역에서 충분히 있을만한 대화였다. 한 사람(A씨·45)이 "한도가 안 돼서 돈을 못 찾으면 어떡하죠"라고 말하니 다른 사람(B씨·21)이 "아까 300만원 찾았으니 나머지는 내일 다시 찾으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조금 이상했다. 갑자기 A씨가 "오늘 처음 보시는데 저를 뭘 믿고…"라고 말하자 B씨가 "아니 뭐…"하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분위기가 어색했던 듯 A씨가 다시 "제 친구도 이걸 하다가 돈을 엄청 벌었는데 저도 돈 좀 벌겠는데요"라고 말했다.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갈 법도 했지만 C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입금한 돈을 30분 안에 못 찾는 것이 은행 규정이지 않나"며 "왠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보이스피싱범 같다는 느낌이 들어 112에 바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중년의 여성이 남자 두명을 신고하자니 무서울 법도 했지만 C씨는 용감했다. 그는 "경찰에서 내 휴대전화로 위치를 추적하는데 동의하냐고 물었을 때 오히려 안심이 됐다"며 "'내가 무슨일을 당해도 (경찰이)위치는 알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112 신고를 한 후 C씨는 그 자리에서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 경찰관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 때 A씨가 다시 은행 ATM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인출 제한 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C씨는 다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실에서는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바로 통화를 연결해줬다. 경찰관도 마침 현장에 거의 도착했던 상황이었다.

경찰은 C씨의 도움으로 ATM기로 간 A씨는 쉽게 잡았지만 인파속에 섞여 있는 B씨는 잘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출동 경찰관과 계속 통화를 하고 있던 C씨가 B씨를 따라가면서 경찰관을 안내해 결국 오후 7시55분쯤 체포에 성공했다. 모든 상황이 15분 안에 일어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은행으로 한명(A씨)이 들어가고 있고 한명(B씨)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배회 중인 사람은 20대로 보이고 청바지에 검정 롱패딩과 회색 운동화, 다른 사람은 30대로 보이고 베이지색 바지. 인출책과 통장 빌려준 사람 같다' 등 매우 구체적으로 제보를 했고 (B씨의)위치도 실시간으로 알려줬다"며 "처음에는 어디 수사기관에서 일하셨던 적이 있나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C씨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물류센터에서 제품 포장 작업을 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는 "이전에도 (수사)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은 평범한 아줌마"라며 "나중에 남편이 이 일을 알고 '미쳤냐'고 타박했지만 그런 상황이 된다면 또다시 신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3일 보이스피싱으로 7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B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의 경우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C씨에게 감사장과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우 신속하고 상세한 신고로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검거하게 돼 신고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보이스피싱의 인출책의 경우 검거가 쉽지 않은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