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와 에너지민주주의 [녹색세상]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입력 2019. 1. 2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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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못살겠다는 원성이 한계에 달한 지금 친환경을 명목으로 ‘수소사회’로의 전환이 갑자기 급부상했고 정부가 ‘통 크게’ 화답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환경오염을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에너지회사와 자동차회사를 국민들 돈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왜 수소인가는 잠시 접어두고, 수소사회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과정을 보자. 수소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라 주장하는 핵심은 국내 독점적 지위의 자동차회사인데, 친환경 이미지는 별로다. 전 세계 주류 친환경자동차인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한 반면 이 회사 디젤차들의 실주행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메이저 회사 중 최고 수준이다.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사기가 드러난 것이 2014년이니 이 회사 또한 이미 오래전에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알았겠지만, 국민에게 등 떠밀린 정부가 뒤늦게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할 때까지도 디젤자동차 판매에 열을 올렸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젤의 오염문제에 침묵한 채 돈을 벌어왔던 기업이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 폐기와 동시에 청정에너지로의 획기적 전환을 외치는 상황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설마겠지만 타이밍은 참 절묘하다.

다시 돌아가서, 왜 수소일까? 답은 간단하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만큼 독점적인 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독점을 무너뜨릴 에너지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태양과 바람 등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독점에서 벗어나 소규모 분산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한데, 심지어 집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독립적이며 민주적인 에너지다. 반대로 중앙집중식에 더해 복잡하고 어려운 통제기술을 요하는 수소는 막대한 투자비용이 따르고, 선점하면 소수 기업이 독점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런데 독점을 위한 초기 위험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한다? 이것은 집과 직장, 길거리 어디에나 있는 장벽 없는 전기가 아니라 불안에 떨며 충전소를 찾아야 하는 에너지자본에의 ‘노예화’를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주는 꼴이다. 전기차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가 스스로 전 세계에 촘촘히 충전소를 건설하는 것과 완벽하게 대비된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수소’는 전혀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수소 자체는 청정하겠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미래가 없다. 지금의 미세먼지와 폭염은 과도한 화석에너지 사용이 원인임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수소는 이 화석에너지에서 나온다. 화석에너지 생산은 최근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포집(프레킹)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나 강한 온난화물질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대량 확산된다. 이미 수소를 만들기 전 원료생산과정에서 훨씬 많은 오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화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메탄가스 개질) 또다시 각종 고가의 장치를 통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구조가 과연 깨끗할까? 정부의 수소충전소 구축전략에 따르면 대기오염 개선에 효과가 있을 부생수소기반 충전소는 전국에 단 3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거의 모두 이런 방식으로 수소를 공급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탈원전과 탈화석에너지가 기반인데 수소는 화석에너지정책의 유지에 불과하다. 여기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독점적 화석에너지자본에의 종속을 연장시켜줄 또 다른 게이트를 만들 뿐이다.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폭염재난의 기폭제가 될 수소사회 대신 친환경 전기충전소를 전국에 확산해야만 한다. 그리고 저렴하게 공급하면 보조금 없이도 국민이 스스로 전기차를 선택하는 셀프혁신을 보일 것이다.

자본이 밀실에서 만들어내는 정부포획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만을 만들 뿐이다. 친환경 전환 시점에서 국민의 건강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은 미래라는 말을 지구에서 제거하는 지름길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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