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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초계기, 미국은 방위비" 韓 걸고 넘어지는 美日

강중모 입력 2019. 01.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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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계기 문제 비화로 헌법개정 노리나?
美 '韓이 시범 케이스?' 분담금 돌연 몽니
한국은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 해상초계기의 저공비행-레이더 조사(照射)문제와 주한미국 주둔에 따른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문제로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외교는 일본과 초계기 문제, 미국과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새해 초부터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이후 현재 진행형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쉽게 풀기 힘든 난제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초계기 문제를 정치적 쟁점화로 삼아 국민의 반한감정을 비등시켜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는 시각도 있다.

방위비 협상 역시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이 처음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과 방위비 문제에서 미국의 의지를 관철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국 모두 한국을 장기적인 실리를 위한 대상으로 정한 셈이다.

■일본은 초계기 도발 이어가...

일본과의 초계기 문제는 해결은커녕 연이은 사안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동해 공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의 위협적 저공비행·레이더 조사(照射) 공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은 올해 들어 세 차례 초계기로 위협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고노 타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6개월 만에 마주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회복하는데 노력하자는 원론적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징용에 따른 일본기업 배상 판결을 한 이후 한일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일본은 이 판결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문제를 해결한 1965년 한일협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레이더공방은 가뜩이나 악화된 한일 양국 국민의 감정적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후에도 일본은 한국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으로 초계기를 통한 위협 비행을 지속했다.

■미국은 방위비로 압박하고..

미국은 지난해 10차례에 걸쳐 이뤄진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무색하게 하는 새로운 협상안을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12억달러,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한국이 부담하고, 유효기간은 1년을 제시해 매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총액에서 1조원 이상은 국민 정서상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17년 기준 약 9600억원을 방위비로 납부한 만큼 10억달러(1조1200억원), 12억달러(1조3500억원)은 이를 각각 16.7%, 40.6% 증가하는 셈이다.

유효기간도 미국의 새로운 주장대로 1년이 된다면 매년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분담금을 놓여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이 체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정부의 재정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미국이 분담금 총액과 유효기간에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타결을 본다고 해도 최상부의 지침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美·日 목적성에 따른 한국 압박?
지난해 20일 처음 초계기 문제가 처음 촉발된 이후 한일 국방당국 사이의 실무적 협의로 풀 수 있었던 문제를 계속 키우고 있는 일본의 의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를 정치쟁점화해 국민감정을 자극,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레이더 조사 문제 이후 한일 국방당국간 화상회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던 중인 지난 27일 기습적으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초계기 촬영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해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의 골을 키웠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동맹국과의 첫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여기서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면 다른 동맹국과의 협정에서도 불리한 국면이 펼쳐지게 된다. 한국 사례를 들어 미국을 도리어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10차레에 이어진 SMA협상을 지난달 갑자기 '최상부의 지침'이라는 간단한 논리로 뒤집어버린 이유도 첫 번째 협정에서 무너질 경우 다른 동맹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미노 현상'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한국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행태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한국을 걸고넘어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즉 일본의 경우 국민적 감정을 자극하고, 미국은 일종의 '시범 케이스'를 한국과 방위비협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초계기 문제나 방위비 협정 문제는 이제 한국과 일본·미국의 실무진이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위급 또는 정상급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우리측에 긍정적인 타결을 이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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