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5시간30분 코미디 단식, 제 무덤 제가 판 한국당
한국당은 지난 24일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강행에 반발하면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조 위원이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를 지낸 이력을 문제 삼았다. 증인 채택 문제로 인사청문회 개최가 무산되면서 조 위원은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를 아예 거치지 않고 임명된 첫 사례가 됐다. 그러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좌파독재 저지 및 심판을 위해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 릴레이 농성과 국회 일정 거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관위원이 특정 캠프에서 일했다면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국회 보이콧까지 감행한 한국당 투쟁은 그래서 명분이 있다. 하지만 농성 나흘이 지난 지금, 국민 뇌리에 남은 건 조 위원의 공정성 시비가 아닌 한국당의 블랙코미디 같은 단식 농성이다.
한국당은 단식 농성을 시작한다면서 2교대 방식을 택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 1조, 오후 2시 30분에서 8시까지 2조 등 5시간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갰다. 자연히 자기가 맡은 농성 시간이 끝나면 밥을 먹든 죽을 먹든 아무 상관이 없다. 단식이라기보단 조금 늦은 점심·저녁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단식'이란 말을 함부로 쓴 단순한 해프닝일지 모른다. 하지만 5시간 30분 식사하지 않고 기껏해야 한 끼 건너뛰는 것을 단식 투쟁으로 포장하려 한 한국당 지도부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의원들도 문제의식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농성에 합류했던 한 의원은 농반진반 "투쟁하면서 건강까지 챙겼다"면서 머쓱해 했다. 한 당직자도 "우리 당이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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