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운전자는 도망..동승자 "잘 모르는 사람" 발뺌
술마신 동승자 "운전자 이름만 안다" 구체적 진술거부
인명피해 없어 운전자 검거해도 '뺑소니' 적용 어려워
음주·뺑소니 의심 가는데 처벌을 못하니… "법 규정이 없어"
“(현재로써는)운전자를 검거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지금 법이 딱 그렇다. 뺑소니인 것은 분명한데 처벌할 수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한밤중 대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운전자를 추적 중인 경찰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조수석에 함께 탔던 동승자가 운전자의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 않는 데다 붙잡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오전 0시 5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지하차도에서 유성 방향으로 가던 쏘나타 승용차가 지하차도 입구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뒤집혔다.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 A씨(20대 추정)와 B씨(31) 등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쏘나타 승용차는 B씨가 빌린 차다.
사고 직후 운전자 A씨는 가드레일에 잠깐 앉아있더니 그대로 반대편 방향으로 달아났다. 조수석에는 타고 있던 B씨가 다쳤지만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A씨가 현장을 벗어난 뒤였다.
사고를 목격한 신고자는 “차가 그냥 붕 뜨더니 그대로 날아갔다. 119에 신고를 한 뒤 내려서 전복된 차 문을 열고 (남성)두 명을 꺼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B씨는 술은 마신 상태였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9%였지만 그는 조수석에 타고 있어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고 평소 알고 지내는 동생을 불러 운전을 맡겼다”고 진술했다.
A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B씨가 말해준 이름이 정확한 것이지 모르는 데다 전화번호도 없어서다. 이 때문에 경찰은 B씨와 A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 A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더라도 이틀가량이 지났기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미 술에서 깼을 테고 혈액을 통한 음주측정(위드마크 음주측정공식)도 불가능해서다. 경찰은 동승자인 B씨가 자신도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B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A씨의 음주가 사실로 드러나면 B씨도 음주를 방조한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다. 대전 도심 폐쇄회로TV(CCTV) 등을 모두 동원해 차량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도 확인하겠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동승자인 B씨가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입을 다물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 A씨가 도주한 이유를 밝히고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윤창호법 시행 등)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만큼 이번 사건의 경우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것만으로도 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혜원 의혹' 시작된 창성장.."내달까지 예약 꽉 차"
- 트럼프 "北 관심사안 논의" 친서에 김정은 웃었다
- 사람 떠나자 손 든 건물주..삼청동, 임대료 50% 내렸다
- 유시민 정말 정치안하게 될까, 양정철 "사람 팔자는.."
- 1억이 5억 됐다 7000만원..암호화폐 광풍 1년의 현실
- 조성길 망명후 北외무성 초토화..김정은 7촌 허철 해임
- 안태근 같은 '귀족검사' 없애자 광주 몰려가는 검사, 왜
- 취준생 2명 둔 50대 계약직, 매달 150만원 적자인데..
- 공시가 14억→38억→18억.."항의하면 깎아주냐" 불만
- 왕복 6만원..전국 최고 거가대교 통행료 내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