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핫&쿨] "구찌, 1조 7800억 내라" 이탈리아, 명품 때리기 과세

한국일보인턴 입력 2019. 1. 28. 16:32 수정 2019. 1. 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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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재정적자와 서유럽 최고 탈세율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국 명품 브랜드 구찌에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과세 역사상 최고 청구서를 발송했다.

구찌 모회사 케링그룹이 이탈리아에서 수익을 내면서도 세금은 세율이 낮은 스위스에 내고 있다면서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세금에 과징금을 더해 14억유로(1조7,800억원)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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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포탈에 역사상 최고 청구서

홍콩의 한 구찌 매장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재정적자와 서유럽 최고 탈세율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국 명품 브랜드 구찌에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과세 역사상 최고 청구서를 발송했다. 구찌 모회사 케링그룹이 이탈리아에서 수익을 내면서도 세금은 세율이 낮은 스위스에 내고 있다면서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세금에 과징금을 더해 14억유로(1조7,800억원)를 청구했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명품 브랜드에 대한 과세 압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이번이 최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세무당국은 “케링사의 스위스 자회사 ‘럭셔리굿즈인터내셔널(LGI)’이 이탈리아에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세무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구찌가 세율이 낮은 스위스에만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에서 빼돌린 세금이 10억유로(1조2,700억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탈세 의혹에 대해 ‘노코멘트’를 고수하던 케링 측도 이날은 “감사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탈리아 세무당국의 조치는 최근 몇 년간 구찌에 대해 벌인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무당국의 거액 추징 사실이 알려지자, 구찌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날 케링그룹은 “기업 차원에서 세금 관련 문제의 소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세무 처리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명품 브랜드에 세금포탈 혐의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프라다와 조르조 아르마니는 각각 4억7,000만유로, 2억7,000만유로의 세금(과징금 포함)을 토해 내야만 했다. 돌체앤가바나는 같은 해 룩셈부르크 등지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탈리아의 ‘명품 때리기’ 중에서도 케링사에 청구된 14억유로는 전례 없는 규모인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는 최근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도 강화하고 있다. 당초 의혹을 부인하던 구글과 아마존도 이후 약 3억6,000만유로(4,600억원), 2억2,000만유로(2,800억원)를 세무 당국에 납부했다. 이처럼 이탈리아가 탈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27%로 높은 축에 속하는 탈세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탈세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27.5%)와 근소한 차를 보이는 만큼, 정부가 기업의 세금 탈루를 강력 제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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