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멕시코에서 온 남자 시신, 뇌·심장·위가 없어졌다"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1.28. 17:26 수정 2019.01.29. 15: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멕시코서 몸싸움 끝에 숨진 교민
현지 부검결과는 ‘자연사’
돌아온 시신에는 뇌, 심장, 위가 없었다

지난 3일 자정쯤(현지시각) 멕시코 몬테레이의 한 노래방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노래방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교민 김모(35·태권도장 운영)씨가 노래방 관계자들과 언쟁하고, 다른 교민들이 싸움을 말린다.

노래방 바깥으로 끌려 나온 김씨는 동행했던 교민 A씨로부터 뺨을 맞았다. 밀고 밀치며 어지럽게 뒤엉키던 끝에 김씨가 쓰러졌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12시 35분쯤 뇌출혈로 사망했다.

멕시코 당국은 김씨의 사망원인을 ‘자연사’로 결론 내렸다. "부검 결과 외상(外傷)이 없었다"는 것이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은 아니라는 것이 멕시코 현지의 부검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멕시코 몬테레이의 한 노래방에서 한국인 교민이 몸싸움을 벌이던 중 사망했다. 노래방 폐쇄회로(CC)TV 영상. /유족 제공

◇남편의 시신에서 뇌, 심장, 위가 사라졌다
김씨 유족은 ‘자연사’라는 현지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노래방 CCTV에 김씨가 폭행 당하고 쇠기둥에 머리를 부딪히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노래방에서 병원까지는 차로 5분 거리(3.9km)였지만, 당시 몸싸움을 벌였던 다른 교민들이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주장이다. "대리기사를 불러 남편(숨진 김씨)를 뒷좌석에 태워서 둘만 보냈습니다. 본인들은 차량에 탑승하지도 않고…이러다 남편이 쓰러진 직후 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20~25분이 지나버렸습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재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신에서 뇌·심장·위가 사라진 상태였다.

뇌출혈로 숨진 사람의 뇌가 사라진 상태라, 국과수는 직접적인 사인을 가려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숨진 김씨의 뒤통수를 비롯한 신체 곳곳에서 멍을 발견했다. 왼쪽 뺨에는 타박상도 있었다.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얘기다. 이는 "외상이 없었다"는 멕시코 당국의 소견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씨 유족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맞고 그날 바로 죽었는데 자연사라고요? 더 충격적인 건…유족 동의도 없이 시신에서 뇌, 심장, 위를 빼냈다는 겁니다. 뇌출혈로 죽었다는 사람의 뇌를 검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떤 유족이 ‘자연사’를 납득하겠습니까. 멕시코는 돈만 주면 부검 결과도 바꿀 수 있는 곳입니다."

적출된 김씨의 장기(臟器)는 멕시코 부검소(Servicio Médico Forense·법의학 의료원)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장기는 언제 돌려 받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자연사라면서…재수사에 소극적인 멕시코
유족은 재수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당국은 ‘자연사’이기 때문에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駐)멕시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멕시코 영토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우리에게는 수사권이 없다"며 "멕시코 현지 검찰에 김씨에 대한 부검자료를 요청했지만, 여태껏 회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가(街)에서도 "현지 사법당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동남아 국가에서 영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더라도 대사관 경찰 영사는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목격자 진술, 증거수집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재국의 주권(主權)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김씨의 아내는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멕시코에서 억울하게 죽은 저의 남편을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세 살 아들과 11개월 딸 아이는 아빠를 잃었다. 이 글을 보신다면 도와주세요"라고 썼다. 현재 이 청원에는 1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유족은 "멕시코에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현지 우리대사관 경찰 영사는 ‘수사권이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외교당국은 한국 국과수 부검의를 멕시코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멕시코 측은 한국의 요청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실시간 주요이슈

2019.03.20. 06:31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