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여성가족부, 왜 국민의 노후를 갖고 실험하나

2019. 1. 30. 11: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여성가족부가 관심받고 있다. 정확히는 과격한 주장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성부가 국민연금을 여성 친화적인 기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유교적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에게 채워졌던 유리 천장을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항상 존재에 대한 질문과 공격을 받아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 작은 정부 추진을 이유로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부 설치 약속을 철회했다. 그 후 역설적으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적극적 요구로 결국 2001년에 신설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에는 앞서 여성부 설치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반발 때문에 포기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매번 부처 축소계획에서 여성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을 보면 업무영역의 모호함과 효율성, 존재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부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부의 행보는 국가 운영에 책임을 지는 정부부처가 아니라 책임질 일 없이 이상적 목표 추구에 골몰하는 시민단체의 양태를 연상케 한다. 최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기금을 집중해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여성부의 계획은 일부 컨설팅 회사와 유럽의 몇몇 정파에서 언급된 바 있다. 그 근거는 흔히 말하는 상관관계에 따른 것이다.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수익성, 생산성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관관계는 인과관계와 확연하게 다르다. 만약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은 것이 높은 수익성과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라면 우리는 무조건 여성 임원의 비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입증된 바 없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드는 대표적인 예가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상어에 공격당한 인원 사이의 관계’다. 여름에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면 상어에 공격당한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는 더위라는 다른 변수에 때문이다. 날이 더우면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 먹고 물놀이를 많이 하다 보니 상어의 공격에 더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아이스크림과 상어만 놓고 “상어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자 아이스크림 판매를 금지하자”고 하면 황당한 주장이 된다.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 측면에서도 여성부의 주장은 근거가 탄탄하지 못하다.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의 프랭크 도빈 교수와 정지욱 연구원이 2011년 진행한 ‘기업 여성임원 비율과 주식가격에 관한 연구’를 보면, 여성임원 비율이 기업의 수익성(ROE)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지만, 기업자산의 시장가치 즉 ‘주가’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정작 2015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은 1, 2, 3위가 은행이고, 10위권 안에서는 5개가 은행이다. 거창한 학술연구를 인용하지 않아도 애초에 30여년 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여성의 비율이 높았을 업종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시중은행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투자하기에 좋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금 정부와 같은 적극적 우대정책을 남발하지 않아도 전반적으로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참여도가 높아지면서 2017년 국가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50.2%를 돌파했고, 그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신규 공무원 임용자 중 여성은 57%, 남성은 43%였다. 시일이 지날수록 고위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도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탈원전부터 최저임금 정책 등 지금까지 시민단체와 같은 관점으로 정부가 밀어붙인 정책들이 한국전력의 적자와 일자리의 대거 감소까지 만들어 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여성부가 앞으로 성평등 정책을 설계할 때,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인과관계까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기본은 인식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지금 시민단체적 자세로 쥐고 흔들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2017년 기준 830조원 규모의 세계 3대 기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웹사이트에 가보면 수익성, 공공성, 안정성 등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운용 독립성이다.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러한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ㆍ운용하여야 한다.” 여성부의 ‘다른 목적’이 개입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는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