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 아닌 '핵동결'에 무게 실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김동표 입력 2019. 1. 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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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보국장 "北, 핵포기 않을 것" 주장
트럼프 대북낙관론과 대비…다양한 해석
"트럼프 발목잡기" VS "현실적 수준 합의 예고"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김동표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보 당국 수장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일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낙관론과 정보 당국의 비관론이 상호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보 수장들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앞서 '핵 동결' 수준의 단계적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美 정보국장 "北, 핵포기 않을 것"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우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역량을 유지하려고 하고, 핵무기와 생산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이 같은 평가는 완전한 비핵화와 상충하는 일부 활동에 대한 관찰에 의해 뒷받침된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DC 방문 직후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향한 정보 당국의 견제로도 보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내비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정보당국의 현실적 진단…2차 북·미정상회담, 핵 동결 수준서 합의 무게

그러나 코츠 국장을 2017년 3월 DNI 수장 자리에 앉힌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 견제와는 무관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코츠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트럼프 행정부 사람"이라면서 "다만 이번 발언은 정보 당국 차원에서 북한의 정확한 현실을 진단하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진전과 협상 지렛대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완전한 비핵화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핵 동결 수준의 합의라도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벨퍼센터는 29일 공개한 '불확실성 시대의 핵 안보 활성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 기술 이전이나 판매를 통해 핵을 전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런 상황이라면 완전한 비핵화를 고집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고도화·핵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대화를 풀어가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美, 북에 단계적 비핵화에 맞춰 단계적 금전적 보상 검토"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미국의 노력은 여러 지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돈보따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WT)는 지난 28일 "미국이 북한과의 2차 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구체적인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때마다 역시 단계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북·미, UN군축회의서 매년 반복하던 신경전도 멈춰

2차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북·미가 전례 없는 유화 분위기를 조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UN) 군축회의에서 북·미는 핵과 관련해 매년 반복되던 대결 구도를 중단했다.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이 신뢰할 만한 조치와 상응하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북한의 노력에 대응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보다 확고하고 획기적인 단계를 거쳐 빠른 속도로 놀랍게 발전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방송(VOA)은 "한 대사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또한 북한을 비난하며 압박을 강화하던 것과 달리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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