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춰진 한국경제 모습은 파탄지경, "경제는 곧 심리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9. 1. 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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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소비지표 개선 불구 '체감' 경기 최악 보도..경제심리 못 살리면 470조원 슈퍼예산에도 경기부양은 헛된 일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경기침체에 주머니 닫은 소비자들”
“소비심리, 금융위기 이후 최악”
“고용 참사→소비 위축→경기 둔화…'불황 악순환' 우려”
“정부 출범때 반짝했던 소비심리, 고용참사·소득쇼크에 고꾸라져”

지난해 언론 지상을 통해 비춰진 한국경제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탄지경이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참사’ 또는 ‘쇼크’라는 단어가 항상 뒤따랐고, 그 결론은 항상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친노동정책이 가져온 패착이라는 비판으로 끝을 맺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9년 1월 소비자동향지수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7.3포인트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8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하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9월 이후 장기평균인 10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11월 95.7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반등해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에 한은에서 발표된 지난해 한국경제 GDP성장률은 2.7%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 했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했고, 특히 우려했던 지난 4분기에는 전기 대비 1.0% 성장해 0%대 성장에서 벗어나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 부문은 2.8% 증가해 2011년 2.9%를 기록한 이후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은 51.9%로 2005년 59.0%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지난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분명 소비심리는 최악이고 소비경기는 경제위기 수준이어야 할텐데 오히려 소비경기 지표는 역대급 호황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세부적인 소비지표를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소비경기는 오히려 3.1% 성장률을 달성한 2017년보다 오히려 나아졌음이 확인된다. 우선 소매판매(불변 기준)는 2017년 연간 1.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 1~11월까지 소매판매 증가율은 4.2%를 기록했다. 내구재 소비도 2017년 연간 5.3%에서 지난해 5.5%로 상승했고, 준내구재도 같은 기간 –1.0%에서 6.0%로, 비내구재도 1.7%에서 2.8%로 모두 늘어났다.

특히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12월 자동차산업 월간(연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판매량은 181만대로 2017년의 179만대에 비해 1.1% 증가했다. 국산차 판매는 –0.7% 감소했으나,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무려 1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판매 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호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전 등록(중고차 거래)한 차량 대수는 전년 대비 1.0%가 늘어난 377만 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13년 338만대, 2014년 347만대, 2015년 367만대, 2016년 378만대로 꾸준히 성장했고, 2017년 373만대로 다소 주춤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소비 증가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효과가 영향을 줬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 실적이 특히 고가의 수입차와 중고차를 중심으로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라는 점에서 볼 때 지난해 자동차 소비가 부진했거나 침체됐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62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2.1%(1조9208억원) 증가해 10월의 10조350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상 최초로 2개월 연속 10조원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11월 누계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101조2094억원으로 12월을 제외하고도 이미 100조원대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소비와 밀접히 연계된 관광산업 역시 지난해 호황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약 2870만명으로 2017년 2650만명보다 무려 8.3%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방한 외국인 수도 지난해 1535만명으로 2017년의 1334만명에 비해 무려 15.1%나 늘어났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항공여객 수는 전년대비 7.5% 늘어난 1억1753만명으로 집계됐다. 항공여객 수는 2016년(1억391만명) 1억명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전년도보다 무려 11.7% 증가한 8593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돌파했다.

인천공항이 최근 제2터미널까지 개통했음에도 예전과 다름없이 여행객들로 항상 북적이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과연 국내 경기가 불황이 맞을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강원도의 겨울 축제만 해도 화천 산천어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인 184만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하며 12년 연속 100만명 돌파하는 새로운 흥행신화를 썼고, 평창지역도 송어축제와 대관령눈꽃축제를 포함 올해 총 83만명이 방문해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축제 장소마다 주차장이 비좁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차량들로 넘쳐나고 새벽부터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는 인파들이 매표소와 출입구마다 장사진을 치는 모습은 강원도 겨울축제를 다녀온 사람들에겐 예사로운 일이다.

이렇게 보면 지난해 소비경기는 호황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불황이나 침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지난해 실제 소비경기는 2017년보다 개선됐음에도 이상하게도 언론에선 '체감' 소비경기가 역대 최악이요 경제위기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에서는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비난 보도를 마구 쏟아냈지만, 정부의 대처는 늘상 소극적이었고 국민들은 마치 그런 보도가 모두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심지어 '국가부도의 날'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1인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인상때문에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470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강력한 경기부양의 의지를 피력했다. 투자도 좋고 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나, 얼어붙은 경제 심리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슈퍼예산을 쏟아붓고 지표가 좋아진다 해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최악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부양도 결국 아무도 인정 안 하는 헛된 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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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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