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여론조사] 도련님 vs 처남 호칭, 국민 절반 "성차별 아니다"
[오마이뉴스 글:김시연, 글:고정미]
여성가족부에서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이나 '아가씨'라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이나 '처제'로 부르는 남성 중심 가족 호칭을 개선하기로 한 가운데, 국민 가운데 절반은 이 호칭이 성차별적이라고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별과 연령별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성별-세대별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임을 보여줬다.
<오마이뉴스>는 설 명절을 앞둔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도련님 vs 처남' 가족 호칭의 성차별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 질문은 이랬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족 호칭의 성 차별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습니다.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혹은 '아가씨'라고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혹은 '처제'라고 부르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가족 호칭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49.5%로, '성차별적이다'라는 응답 31.9%를 오차범위(±4.4%p) 밖인 17.6%p 차이로 앞섰다. (모름·무응답 18.6%)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이상은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40대 이하는 두 답변이 비슷하게 나타나 세대별로 갈렸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58.6%와 56.4%로 일방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40대(성차별 43.4% - 성차별 아니다 44.6%)와 30대(41.7% - 41.3%), 20대(39.2% - 42.6%)는 두 답변이 오차 범위에서 팽팽히 맞섰다.
성별-연령별로 교차 분석해보면 논쟁의 구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29일 하루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6790명에게 접촉해 504명(응답률 7.4%)이 응답했고,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을 혼용해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대간 인식 차이는 불가피... 자칫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까 우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도련님, 아가씨 같은 호칭을 오랫동안 써온 다수에게는 너무 익숙한 문제여서 이게 왜 성차별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여성의 경우 대학 진학률, 노동 참여율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 스스로 권리의식이 강해져 왔기 때문에 세대간 인식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해석했다. 장 대표는 "40대 이하의 경우 같은 세대 안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커 자칫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가족 호칭 문제는 성별간 대결적 관점에서 볼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하냐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과거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이어서 가족 호칭에도 성차별적 요소가 반영돼 있는데, 여전히 편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언어도 오늘의 관점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가족 안에서 개선하기는 어려워 국가 차원에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이현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단답식형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양이 사무처장은 "가족 호칭 문제를 물을 때는 성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가부장적 문화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면서 "가족 호칭 문제는 여성들이 주로 경험하고 남성들은 거의 못 느끼는 문제인데, '성차별'이란 표현을 쓰면 남성 스스로 가해자로 인식하게 만들어 적절한 답변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부터 결혼 후 성별에 따른 전통 가족 호칭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28일부터 2월 22일까지 4주에 걸쳐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조사에서는 '성 비대칭적 가족 호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이 문제를 성차별 문제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국립국어원 등과 논의해 '성별 비대칭적 가족 호칭 개선'으로 바꿨다"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전통적 가족 호칭을 보는 가치관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 이를 국가에서 공론화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 권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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