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핫 스폿, 서울은 관악·마포 경기도는 안성·평택

천권필 2019. 2. 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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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⑤미세먼지 오염 어디가 심할까?
서울은 관악-마포-금천구 고농도 많아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으로 서고동저"
경기 남부 경계 따라 '핫스폿0'' 몰려
"배출원 특성 맞는 맞춤형 대책 필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당곡사거리 일대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뿌옇다. 천권필 기자.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당곡사거리.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관악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가 시내를 덮고 있었다. 도로 한쪽에서는 경전철 공사 때문에 트럭이 오가면서 뿌연 먼지가 날렸다.

신림동에 사는 김진수(37) 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이 길을 지나야 하는데 먼지가 너무 심해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관악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0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한참 웃돌았다. 바로 옆 영등포구는 104㎍/㎥로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에 서울 성북구는 66㎍/㎥로 ‘나쁨(36~75㎍/㎥ )’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시내에서도 자치구에 따라 40㎍/㎥에 가까운 농도 차를 보였다.


서울 관악구 4.5일 중 하루는 ‘나쁨’
서울 초미세먼지 오염 지도. 한지영 디자이너
중앙일보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입수한 ‘2015~2018년 수도권 시ㆍ군ㆍ구별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해 초미세먼지 오염 지도를 제작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서울은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농도를 자주 겪는 이른바 ‘핫 스폿’ 구역인 셈이다.

관악구의 경우 나쁨 이상 발생일수가 연평균 81.3일로 가장 많았다. 4.5일 중 하루꼴로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셈이다.

마포구가 80.5일로 뒤를 이었고, 금천구(70.5일), 양천구(69.5일), 광진구(68일) 순으로 나쁨일 수가 많았다. 서울 남서부의 7개 구(강서ㆍ양천ㆍ구로ㆍ영등포ㆍ관악ㆍ금천ㆍ동작) 중 4개 구가 나쁨일 수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반대로 서울 북동 지역은 상대적으로 초미세먼지 고농도 사례가 적었다. 강북구는 연평균 53.8일로 송파구(51.8일), 서대문구(53일)에 이어 세 번째로 나쁨일 수가 적었고, 성북구(54.5일)ㆍ도봉구(55.8일)ㆍ노원구(59일) 등은 60일을 넘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와 송파구는 연평균 나쁨일 수가 한 달이나 차이가 났다.


“중국발 영향으로 서고동저 현상 나타나”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뉴스1]
전문가들은 서울 남서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로 ‘외부 유입’을 꼽았다.

서울을 동서로 나눴을 때 서쪽 지역이 동쪽보다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경기 남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의 양도 적지 않다 보니 관악ㆍ금천구 등 경기도와 맞대고 있는 자치구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대기질 예보 권역에 대한 배출원별 지역 간 정량적 기여도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기여도(2015년 기준)는 중국이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경기 남부가 16%로 뒤를 이었다. 서울 자체 배출은 12%에 그쳤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80%가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배출원으로부터 가까울수록 고농도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편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지형 특성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서고동저의 분포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쑥고개로, 미세먼지 농도 최악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의 미세먼지 오염 지도.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201㎍/㎥ 이상)'을 초과한 도로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교통량이 많은 서울의 특성상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역시 중요한 오염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측정한 수도권 도로 재비산(다시 날림) 미세먼지(PM10)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로 오염도가 높은 곳과 고농도 지역이 상당한 연관성을 보였다.

서울 관악구의 쑥고개로는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98㎍/㎥로 서울시내 도로 중에서 강동구 상일로(5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 현장에 가보니 좁은 언덕길을 따라 아파트 공사 현장을 대형 트럭이 쉴새 없이 오갔다.

반대로 송파구와 서대문구, 강북구 등 오염도가 낮은 지역은 도시 숲 등 녹지 비율이 높았다.


평택~여주 ‘고농도 벨트’ 형성
인천·경기 초미세먼지 오염지도. 한지영 디자이너
인천ㆍ경기 지역은 서울보다 더 뚜렷한 지역별 격차가 나타났다.

지역별로 측정망을 모두 갖춘 지난해를 기준으로 ‘나쁨’ 초과일수가 100일이 넘은 지역이 6곳이나 됐다. 이 중 경기도 시흥을 제외한 경기 남부의 5곳(경기도 평택·안성·오산·이천·여주)이 이른바 ‘고농도 벨트’를 형성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성의 경우 나쁨 초과일수가 120일로 가장 많았다. 사흘에 한 번꼴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셈이다.

오염도가 가장 낮은 인천시 강화(38일)와 경기도 연천(39일) 등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경기 남부 지역에는 대규모 산업시설들이 많고, 평택항을 드나드는 선박과 대형 트럭에서 다량의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평택항 인근의 도로(평택항로)의 미세먼지를 측정해 보니, 연평균 583㎍/㎥를 기록했다.

이에 평택지역의 9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8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앞에서 평택항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 역시 적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지역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충남의 배출 기여율이 20%에 이르는 등 자체 배출(19%)보다도 더 영향력이 크다.

김태수 경기도청 미세먼지대응팀장은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 충남의 화력발전소는 물론 평택항의 대형 수출 선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워낙 크다”며 “도내 사업장에 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비산먼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의 구성이 다른데도 전국 배출량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다 보니 사각지대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에 따라 배출원을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미세먼지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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