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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Zero 스트레스]부모 "취업·결혼 빼고 무슨 얘길 해?" vs 자식 "'힘들지?' 한마디면 돼요"

입력 2019.02.01. 09:31 수정 2019.02.01. 10:10

평상시 소원했던 친척들이 모이는 설 명절은 젊은 층에겐 피하고 싶은 '잔소리'의 시간으로 꼽힌다.

집안에서 큰 어른인 직장인 김모(52) 씨도 "명색이 가족이 모인 자리이다보니 웃어른이 나서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뭐라도 말한다는 게 취업이나 결혼 얘기였다"며 "평소에 관심 갖지 않은 죄로 오랜만에 만나 할 얘기가 없을 뿐인데, 그럼 취업, 결혼, 아이 말고 무슨 얘길 하면 좋겠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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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럴드경제DB]


-부모세대 “젊은층 향한 애정공세”…자식세대 “포기한 선택지 검사받는 기분”
-전문가들 “압축성장에서 기인 구조적 갈등…상호이해만이 해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취업, 연애, 결혼, 출산말고 무슨 얘기해야 하나요?”

평상시 소원했던 친척들이 모이는 설 명절은 젊은 층에겐 피하고 싶은 ‘잔소리’의 시간으로 꼽힌다. 젊은 층은 ‘취업은? 결혼은? 아이는?’으로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질문 공세가 불편하기만하다. 명절 때마다 나오던 오래된 얘기들이다. 다만 어른들 역시 억울한 부분도 많다. 중장년층은 젊은 층이 불편해 하는 ‘호구조사’가 평소엔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식구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애정표현’이라고 말한다.

집안에서 큰 어른인 직장인 김모(52) 씨도 “명색이 가족이 모인 자리이다보니 웃어른이 나서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뭐라도 말한다는 게 취업이나 결혼 얘기였다”며 “평소에 관심 갖지 않은 죄로 오랜만에 만나 할 얘기가 없을 뿐인데, 그럼 취업, 결혼, 아이 말고 무슨 얘길 하면 좋겠냐”고 하소연했다.

악의없는 질문일 뿐이라는 중장년층의 해명과 달리 젊은 층은 명절마다 이어지는 질문공세를 ‘사생활 침해’로 느낀다. 관혼상제 한단계 한단계가 천리길 같은 ‘N포 세대’에게 명절은 ‘내가 포기한 N개의 선택지’를 일일이 검사받는 날일 뿐이다.

취업준비생 이모(29ㆍ여) 씨는 올해 설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로 “나이가 몇이냐, 취업은 언제 하냐는 얘기”를 꼽았다. 이 씨는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이 돼 앞자리가 바뀌다보니 나이 얘기에 민감하다“며 ”주변에선 다들 결혼하고 취업도 한 나이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응원 한마디로 잔소리는 끝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비 고3인 조모(18) 군은 올해 설날 어느 대학 가고 싶냐는 질문을 가장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군은 “대학 얘기는 최대한 적게, 세뱃돈은 두둑하게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동상이몽 속에 ‘명절 스트레스’는 공식이 됐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남녀 9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혼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미혼 자녀 51.3%(복수응답)는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으로 ‘부모’를 꼽았다.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와 다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3.3%, 다툰 상대가 부모인 경우가 41.1%(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명절 세대갈등은 단기간 압축성장한 사회구조를 개인이 가치관이 따라오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말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족 중심 세계관을 가진 부모세대와 달리 자식세대는 주변 친구들이나 SNS 등에서 만나는 익명의 다수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며 “어른들이 강조하는 관혼상제가 이들에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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