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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바꾸기' '대화 룰 만들기' 어때요?..갈등 없는 설명절 보내기

입력 2019.02.01. 11:00 수정 2019.02.01. 11:09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웃으면서 묻는 60대 중반 삼촌과의 대화는 "박근혜가 도대체 뭘 잘못했냐"는 삼촌의 고함소리가 나와야 끝이 난다.

A씨는 "서로 생각을 공유하자고 시작된 정치 이야기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른들과 정치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녀 성 갈등의 경우 '역할 바꿔보기'를, 정치갈등의 경우 대화 소재를 제한하는 룰을 정해보는 방법도 갈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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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할 설 연휴…세대갈등, 종교갈등, 재산갈등의 장이 되기도
-전문가들 “명절 룰 만들자” “젠더 갈등은 역할 바꾸기로 해소” 조언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 서울 관악구에 사는 A씨(41)는 이번 설 명절에 작은 삼촌이 꺼내는 얘기에 대꾸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웃으면서 묻는 60대 중반 삼촌과의 대화는 “박근혜가 도대체 뭘 잘못했냐”는 삼촌의 고함소리가 나와야 끝이 난다. A씨는 “서로 생각을 공유하자고 시작된 정치 이야기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른들과 정치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B씨(34ㆍ여)는 친정식구 전체가 가톨릭 신자다. 결혼식도 2년전 서울 정동에 있는 성당에서 올렸다. 남편과 시부모는 그러나 B씨가 차례상에 절을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시아버지는 B씨에게 “요즘에는 여자들도 절을 하니 와서 절을 하라”고 하지만, 그때마다 B씨는 “그냥 서 있을게요”고 답한다. B씨는 “친정 식구들이 전부 가톨릭 신자인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시아버지가 그런말을 하시면 가끔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 경기도에 사는 50대 C씨는 이번 명절에 어머니를 뵙지 않을 생각이다. 아버지 재산문제를 놓고 어머니와 소송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재산 전부를 어머니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고, 어머니와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결국 법원은 어머니에게 80%, 두 아들들에게 10%씩 재산을 분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민족의 명절 설이다. 가족의 만남은 그 자체로 정겹다. 때론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가까운만큼 대화는 격의 없고,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아는 관계다. 그렇지만 그런 친밀함이 가끔은 불편함을 낳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족 모임이 ‘갈등의 장’이 된다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동안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일평균 1032건이었다. 이는 평일 일평균 683건에 비해 50% 넘게 많은 신고 건수다. 쌓였던 갈등이 명절에 다시 만나 폭발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명절 때엔 살인 사건 접수 건수가 늘고, 명절 직후엔 이혼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통계 보고도 있다.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정치 이슈와도 깊은 상관 관계를 갖는 세대 갈등부터 종교 갈등, 상속 다툼 등 재산 갈등, 젠더 갈등까지 소재는 갈수록 세분화되는 양상이다. 각 가정마다 처해있는 상황도 제 각각이다.

사실 명절 때 모이는 친족이란 조직이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봤을 때, 이같은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명절 갈등이 일반적인 것이라면 이를 슬기롭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웃으면서 고향에서 만난 가족들, 귀경길도 ‘웃으며 헤어지자’는 제안이다.

전문가들은 남녀 성 갈등의 경우 ‘역할 바꿔보기’를, 정치갈등의 경우 대화 소재를 제한하는 룰을 정해보는 방법도 갈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갑선 상임 행복한 가정연구소 상임이사는 “명절 전 가족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열어 대화를 하는 방법도 좋다”며 “대화방에서 취업, 육아, 출산 등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기로 하거나, 남녀의 역할 분담, 명절 때 가족끼리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거리두기’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병수 원장은 “평소에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 친해지려고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며 “특히 ‘가족은 이런 얘기를 해도 된다’는 당연한 생각에 불화가 생긴다. 때로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명절은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때”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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