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 내 똥 싸는 사진 왜 올렸어?"..육아 생중계 '셰어런팅'을 아시나요 [SNS와 초상권①]

박순봉 기자 2019. 2. 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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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셀카’에 ‘배경’으로 등장한 경험, 있으신가요? SNS가 일상이 된 시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인증샷’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입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길을 걷다 의도치않게 누군가의 사진에 찍혀 타인의 SNS에 등장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타인의 허락없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데요, SNS상에서 공유되는 ‘얼굴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SNS 초상권’을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이 기사는 각 회당 설문조사를 통해 독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기사를 읽고 투표에 참여해주세요.

“엄빠, 내 똥 싸는 사진 왜 올렸어?”

아기가 자라서 20년 뒤 배변하는 자신의 어릴적 사진이 공개돼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떨까요.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사진은 일상(#daily)이 됐습니다. 일부 부모들은 아기의 모든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 공유합니다. 대변과 구토물도 촬영·공유의 대상이죠. 이런 부모들을 ‘셰어런츠’, 이런 행위를 ‘셰어런팅’이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각각 공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 셰어(share)에 부모(parents)와 양육(parenting)을 더한 합성어입니다.

사진 중심의 SNS 인스타그램에 ‘육아’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24.4m(million)’개의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육아스타그램’이라고 해시태그를 달고 게재된 사진이 2440만여장이란 뜻인데요. 대부분은 웃거나 울거나 자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아기의 엉덩이 등이 노출된 채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아기의 대변 혹은 구토물을 올리거나 상처나 발진 등이 생긴 환부를 찍은 사진도 있구요.

ㄱ맘은 아기의 배변훈련 과정과 그 결과물이 담겨 있는 변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습니다. 변기에는 아기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은나(응가) 은나라구 말하길래 앉혀봤더니 성공, 배변훈련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해보장. 이뿌당 울애기” #생후537일#17개월아기#2살아기#배변훈련#daily. ㄴ맘은 아기가 변기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며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습니다. ㄴ맘은 “오늘의 쾌(변)남”이라고 적고 #똥모닝#평화로운#주말#아침#난왜여기에 등을 해시태그로 남겼습니다. ㄷ맘은 변기에 앉기 위해 하의를 내린 딸의 사진을 공유하며 “얼레리꼴레리”라는 글을 사진 위에 남겼습니다. ‘#배변훈련’을 해시태그로 남긴 ㄷ맘은 “Potty training in full effect. She‘ll kill me for posting this when she finds out 20 years later”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20년 뒤 딸이 성장해 이 사진을 본다면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배변’ 두 글자를 입력하자 게시물 53.3k(kilo)개가 검색됐습니다. 5만3300여장의 사진이 있는 셈입니다.

셰어런츠들은 아기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을 올립니다. 아기들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여권과 가족관계증명서 등 예상치 못한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ㄹ맘은 “울애기 여권 드뎌 찾아옴ㅋㅋㅋ”라는 문구와 함께 아기의 여권 사진을 주민등록번호만 지운 뒤 공유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 부분만 찍어서 올린 경우도 있구요. 가족관계증명서를 올린 ㅁ맘은 “오늘은 우리부부 결혼기념일”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독박육아 #26개월아기 #결혼기념일 등의 해시태그도 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훗날 아기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자라난 아기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고채우양(13)은 아기 때 한 잡지의 육아 관련 기사에 사진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이중 일부 사진을 채우양의 어머니가 SNS에 올려뒀는데요, 채우양은 이 사진들을 종종 인터넷에서 찾아볼 정도로 좋아합니다. 채우양은 “SNS에 저의 애기 때 사진이 있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했어요”라며 “물론 잡지에는 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진들도 있지만, SNS에는 예쁜 사진들만 올라가 있어서 좋았어요”고 말했습니다. 채우양이 좋아하지 않는 사진이란 채우양이 아기 때 대변을 보는 사진입니다. 채우양은 “잡지에 제가 똥 싸는 사진이 있거든요.(웃음) 있는데, 물론 좀 별로에요. 안 좋아요”라며 “창피하고 안 보고 싶은 사진이에요. 그 사진을 거기에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2화 예고]‘셰어런팅’의 빛과 그림자···랜선이모들의 육아지원 VS 사진 도용, 납치 위험
부모들은 왜 아기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걸까요. 단순히 자랑만 하려는 이유는 아니겠죠? 셰어런팅의 명과 암, 육아지원군 랜선이모들과 아기 사진 공개로 인한 위험 등을 2회에서 알아보겠습니다.
SNS와 초상권 시리즈 목차 〉http://bitly.kr/mnMEm ※아래의 기사(링크)를 클릭하시면 설문조사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①“엄빠, 내 똥 싸는 사진 왜 올렸어?”···육아 생중계 ‘셰어런팅’을 아시나요 ②‘랜선이모’들의 육아지원 VS 사진 도용, 납치 위험···‘셰어런팅’의 빛과 그림자③내 아이 사진 올리는데 뭐 어때? 초상권, 해외선 다르다④내가 찍은 문 대통령 사진이 책표지에 떡하니⑤내 그림을 미용실 간판으로? “창작자는 괴로워”⑥낯선 SNS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초상권 침해일까?⑦‘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⑧내 것인듯 내 것 아닌 SNS초상권···Q&A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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