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실형'으로 뒤집은 1·2심 세가지 차이점

황국상 기자 2019. 2. 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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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2심 "안희정 지위·권세가 피해자 자유의지 제압, 무형적 위력에 해당"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10개의 범행사실 중 9개에 대해 유죄로 보고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 사진제공=뉴스1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혐의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가 2심에서 대부분 혐의에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1심에서는 안 전 지사가 "정치적 권세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지만 2심은 "피고인이 권력적 상하관계에서 피해자가 적극적 저항이 어렵고 취약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차이 1 : 피해자 진술 신빙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것인지에서부터 1,2심의 판단이 갈렸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등 해외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전 수행비서인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 10차례의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성범죄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고 피해자의 성인지 감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고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피해자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부합하면 객관적으로 도저히 신빙성 없다고 보이지 않는 이상 함부로 배척해선 안된다.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없는 이상, 사소한 부분의 일관성이 없거나 단정적 진술이 불명확하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차이2 : 업무상 위력 여부
업무상 위력에 의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간음에 이르렀는지 여부, 즉 '업무상 위력'을 위력의 행사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두 재판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인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상대방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존재하고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또 "안 전 지사가 평소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남용해 피해자나 직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비해 2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 등은 자기의 보호와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추행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이라 함은 직장 내에서 실질적으로 업무·고용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도 포함한다"며 "이 때의 위력은 유·무형을 묻지 않고 폭행·협박 뿐 아니라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까지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했다. 1심에서는 10개 범행 사실 모두가 무죄 판단을 받은 반면 2심에서는 무려 9개의 범행사실이 유죄로 판단된 가장 큰 이유다.

◇차이3 : 피해 이후 피해자 행동
아울러 1심에서는 피해자가 안 전 지사에게 최초의 간음 피해를 입은 후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이 '지사님이 고생 많으세요' '쉬세요' 등 위협적 대화가 아니었다는 점이 안 전 지사에게 유리하게 받아들여졌다. 또 "피해자가 동료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이모티콘이나 애교섞인 친근감 등이 있다. 성범죄 피해자로 보일 수 없다"는 변호인 측 주장도 재판부에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1심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3자에게 이모티콘을 사용했다더라도 별다른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애교섞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행비서로서의 일을 수행한 이상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성범죄 피해자로 도저히 볼 수 없다거나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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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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