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수출품목 13개중 9개 와르르..'수출한국' 흔들
반도체·D램 등 가격폭락
1월 수출 23.3% 줄어들어
국제유가 하락 직격탄
석유제품도 5%대 감소
1월 對중국 수출 -19%
정부, 대책 마련 한다지만
글로벌 악재 겹쳐 깜깜
특히 반도체 수출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무려 23.3%나 감소한 것은 주력 반도체 제품의 가격 폭락에 따른 것이다. D램 가격은 1년 만에 36.5%나 떨어졌고 낸드플래시도 22.4%나 하락했다. 지난해 역대급 슈퍼사이클로 수출 신기록의 원동력이 됐던 반도체가 올해는 수출쇼크의 주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1월 반도체 수출은 78억2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9월 사상 최고 실적인 124억3000만달러에 비하면 무려 40%나 줄어들었다. 그중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40% 급감한 16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추가적 가격 하락에 베팅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어 당분간 반도체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는 반도체 수요가 여전한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지적이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폭락을 이끈 건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이다. 모두 국제유가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국제유가는 현재 1년 전에 비해 10.7% 떨어진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다. 고스란히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각각 5.3%와 4.8% 줄었다. 정부는 국제유가 역시 하반기엔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워낙 큰 유가 특성상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이 줄줄이 휘청이면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출 한국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다. 1월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19.1%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선박(608.3%)과 컴퓨터(9.0%)가 중국으로 수출을 늘렸을 뿐 반도체(-40.0%), 석유제품(-36.4%), 석유화학(-36.4%), 일반기계(-14.9%) 등이 모두 나가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경기가 당분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위축된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의 추락이 이제 시작이라는 게 문제"라며 "한국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경제가 어려워진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대중 수출은 하반기에도 개선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난해 죽을 쒔던 자동차 수출은 12월(27.0%), 1월(13.4%) 두 달 연속 살아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택이다. 자동차와 함께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이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반도체 부진을 메워줄 유일한 '우군'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특히 이날부터 EU·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이 발효되면서 미국과 함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EU에서 일본 차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올 한 해 최대 통상 리스크라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최종 결론이 임박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25%의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자동차업계는 물론 수출 당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유가 하락에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노딜 브렉시트 등 통상 여건까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외 여건 악화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와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 수출의 허약한 구조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주도성장에도 작지 않은 균열이 생겼다. 정부는 다음달 전 부처를 망라한 수출 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총력전을 펼 계획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이라는 대외 변수에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없던 플라스틱, 정밀화학원료, 가구 등 '히든 수출 품목'의 수출 성장세를 강조하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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