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KY 캐슬'이 가르쳐준 학종 공정성 논란 [이슈+]

이천종 2019. 2. 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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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능력에 따라 대학 수준과 당락이 결정되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1일 기자회견)

“학종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입시경쟁 고통 해소,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29일 기자회견)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의 여파로 대학 입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교육시민단체들이 연일 흔들리는 학종의 공정성을 꼬집고 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카이캐슬은 학종의 민낯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드라마”라며 “부모의 능력에 따라 대학 수준과 당락이 결정되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종은 사실상 학벌세습의 도구”라며 “부모의 돈과 정보력, 인맥을 활용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는 것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월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종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입시경쟁 고통 해소,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걱세는 “드라마는 물론 현실에서도 교내대회 수상경력을 위한 비교과 대비 컨설팅, 자기소개서 첨삭·대필 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상경력 대입 미반영, 자기소개서 폐지, 공공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내신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숙명여고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적잖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학종의 공정성 논란은 지난해 대입 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대학 입시에서 공정성은 3대 원칙 중 하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매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으로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추진 △대학입학전형의 간소화 추진 △대학입학전형의 공정성 확보 등을 발표하고 있다. 

대입의 공정성은 학종의 공정성과 맞닿아 있다. 학종은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해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종합평가하는 전형이다. 수도권 지역 중·상위권 대학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2018년 현재 80% 가까이 확대되었다. 학종을 80% 가까이 적용하는 대학이 나오고, 점차 확대됨에 따라 대학 입시자료로 활용되는 학생부의 공정한 기재 등 신뢰도 제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학생부 기록에 있어서 고교 간, 지역 간의 심각한 격차는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학종 비판론자들은 “부모 능력의 격차가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를 외치며 정시 확대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종은 ‘학부모전형’, ‘금수저전형’이라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위원회의 ‘숙의자료집’을 보면 최근 학부모의 재력과 인맥에 고비용의 컨설팅을 곁들여 자녀의 학생부 기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는 게 학종 비판론자들의 주장이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학생부에 기재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의 질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3월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49개 대학 138건의 논문이 부모와 자녀가 공저자로 돼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 교육부는 학생부에 기재할 대입제공 수상경력 기재 개수를 제한하고, 부모에 영향을 받는 소논문(R&E) 활동 기록을 학생부에서 퇴출했다. 

EBS가 학종의 실태를 파헤친 ‘대학입시의 진실’에서 재미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학부모가 입시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정보와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입시전문가가 출제한 관련문제를 갖고 전국 학부모 1500명에게 모의고사를 풀렸다. 결과는 대도시로 갈수록 점수가 높아졌다. 서울 강남 3구는 평균(55.4점) 보다 3.3점 높은 58.7이었다.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 가구가 57.6점으로 300만원 미만 가구(50.5점) 보다 7.1점이나 높았다.

우리 학종의 모델격인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니엘 골든의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서 교수자녀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SAT 점수가 낮고 내신성적이 낮음에도 입학하는 사례들이 제시된다. 미국의 교수들은 자녀가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 (입학할 역량이 되지 않음에도) 입학시키는 것을 일종의 교직원 복지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교수 자녀가 부모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 합격하는 확률이 일반학생들의 합격확률보다 더 높으며 이는 입학사정관제도가 가지는 문제로서 심각한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보고 있다.

학생부 자체의 신뢰성도 흔들린다.

교사들의 학생부 정정건수는 2016년 시·도교육청합계 18만2405건(대상학생 167만494명)에 달했다. 이런 통계는 단순 오탈자 정정을 포함해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정정건수가 지나치게 급증하는 것은 학생부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게 학종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교육청 감사를 통해 대구, 광주, 경기, 경남 지역에서만 학생부 무단정정 및 조작이 308건 적발되었고, 관련교사가 파면 또는 해당 학생의 대입이 취소되기까지 했다.

수능에 비해 학종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쪽도 학종이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들은 학종의 대안으로 불리는 수능이 자본의 힘에 더 휘둘리는 경향이 강한 만큼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차이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면 수능은 ‘다이아몬드 전형’이라는 것이다. 

학계와 국회에서도 학종의 공정성은 관심 있게 다뤄지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가 지난해 한국교육정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정권교체와 대학입시 정책변동’을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고소득(9-10분위학생)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종으로 70% 이상을 선발하는 서울대는 77.9%에 이른다. 학종이 대학입학 기회의 형평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부산교대 이광현 교수의 논문 ‘학생부종합전형의 쟁점분석과 대입제도 개선방향’을 보면 언론과 학계에서도 학종이 내포하는 정성적 평가의 공정성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평가자의 역량(입학사정관의 경력 등) △평가의 객관적 조건 혹은 절차(입학사정관 1인당 평가자 수) △평가의 신뢰도 문제(서류내용의 신뢰도, 평가자의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결과의 신뢰도) 등이다.

윤소정·전보라·김회용 등이 2015년에 쓴 ‘국내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실태와 확보방안’ 논문을 보자. 이 연구는 2012년도에 31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인식한 공정성 실태 조사연구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응답 대학 중 38.7%가 다수 다단계 평가에서 면접평가시 평가자별로 일정 수준의 통계적 편차가 발생하면 재심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평가 시에는 평가자 사이에 편차가 자주 발생하면 재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면접평가의 경우 편차가 크게 발생해도 검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평가조직(입학사정관 조직)과 회피 제척 제도 운영기관(행정기관)이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도 36.7%로 조사되었다. 입학사정관들의 신분안정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은 30%, 다수 다단계 평가 영역에서 평가자별 평가 성향(엄격성, 관대성, 중심화 경향)에 대한 분석 자료가 있지 않은 경우가 29%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권 26개 대학의 정규직 입학사정관 비율은 24%에 그쳤다. 4명 중 1명만 신분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근 스카이캐슬의 인기와 더불어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데 대해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안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 드라마가 우리 교육과 대입제도, 수시 등에 대해 사회 전반에 문제의식, 불신을 갖게 했다”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안착되고, 고등학생들이 대학이 아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사교육 시장을 처벌하고 압박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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