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 승계, 2014년 5월10일 '거사'가 시작됐다

입력 2019.02.03. 16:06 수정 2019.02.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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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6년 톱니처럼 맞물린 삼성 '사업개편'과 '승마거래'
이건희 회장 입원 24일만에 에버랜드 상장 결정
이전 18년과 다른 빠르고 큰 규모 승계작업의 '신호탄'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국민연금 반대로 합병 무산
박근혜·이재용 서로의 필요성 재확인 계기

2015년 삼성, 승마협회장 맡으며 '승마거래' 본궤도
최순실 페이퍼컴퍼니, 미르·케이재단 전폭 지원

제일모직 상장(14년)·삼성물산 흡수(15년)·삼성바이오 상장(16년)으로
이어지는 사업개편 과정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이뤄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에서 본격적인 수사 예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삼성 승계작업’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조만간 ‘사법농단 수사팀’ 인력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 ‘가치 부풀리기’는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편됐던 2014~2015년(회계연도 기준) 이뤄졌다. 그 결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에서 제일모직(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의 가치는 고평가됐고, 그 ‘단물’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고스란히 가져갔다. 그룹 3대 축(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건 물론이다.

2014년 5월10일 이건희 삼성 회장 입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은 1996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원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2014년 5월1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이후,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승계 작업이 빠르고 큰 규모로 진행된다는 것이 법조계·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삼성이 경쟁력 강화를 명분 삼은 사업 개편을 한 축으로, 승마 거래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톱니 맞물리듯 승계사업을 진행한 사실이 검찰과 특검 수사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008년 삼성 특검 때 경영에선 손을 뗀 이후 한동안 승계작업이 멈춰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사고가 나자 이 부회장과 가신 그룹들이 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호탄’은 그해 6월 에버랜드 상장 결정(3일)과 제일모직으로의 사명 변경(26일)이었다. 이 회장 입원 24일 만이었다. 놀이공원으로 유명한 에버랜드는, 이 부회장(25.1%)을 비롯해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0% 대에 달하는 승계 구도를 결정할 핵심 계열사다. 그간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다.

에버랜드 상장 석달 뒤 박근혜와 첫 ‘승마거래’

그해 12월18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상장 첫날 이 부회장 3남매는 평가차익으로 5조9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승계를 위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함과 동시에, 과거 특검을 거치면서 ‘삼성 편법증여’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에버랜드라는 이름까지 떼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에버랜드 상장 결정 석 달 뒤인 9월15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단독 면담하면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그룹이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이에 호응했다. 연말 이 부회장 지분율(약 9%)이 높은 삼성에스디에스가 상장됐다. 또 삼성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를 한화에 매각했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맺었던 합병 계약은 국민연금 등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됐다. ‘시스템 삼성’이라고 불리던 삼성 입장에서는 체면을 크게 구긴 셈인데, 향후 사업구조 개편에서 ‘박근혜 정부’의 힘을 확인하고 유착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삼성, ‘합병’ 과정서 청와대와 본격 뒷거래

이듬해인 2015년 ‘이재용-박근혜 뒷거래’가 본궤도에 올랐다. 그해 3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박 대통령의 요구대로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취임했다. 두 달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0.35대 1의 비율로 합병을 선언했다. 자본금 규모가 제일모직의 2.5배였던 삼성물산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에 흡수당하는 일이라 반발이 컸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의 30%를 넘게 차지하던 엘리엇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대가 컸던 상황이라 국민연금(11.21% 보유)의 선택이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삼성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미래전략실장 등이 총동원돼 청와대·국민연금 등과 접촉하며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요구했고 그해 7월 합병은 성사된다. 물론 이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지분율 약 17%)가 된 이 부회장이었다. 이 거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합병 찬성 지시와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사실이 특검 수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그 직후(2015년 7월25일) 박근혜·이재용, 두 조직의 ‘총수’는 다시 마주 앉는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번 얘기한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삼성, 최순실과 213억원대 계약 및 ‘살시도’ 선물 ‘보답’

이때부터 삼성은 두둑한 지갑을 열기 시작한다. 삼성 합병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삼성은 다음 달인 8월26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계약대로 이듬해까지 수차례 걸쳐 77억여원을 지급했다.

또 같은 해 10월엔 최순실씨가 차명 보유한 미르재단이 설립되고, 삼성은 125억원을 출연했다. 같은 달 최씨 조카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여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살시도’라는 말의 소유권을 넘긴 것도 비슷한 시기다.

반대급부로 ‘박근혜 청와대’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삼성 사업을 돕기 시작한다. 합병 과정에서 신규로 형성된 순환출자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물산 보유지분을 1000만주가량 매각해야 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와대 지시로 이를 500만주로 깎아줬다. 또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개정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상장이 불가능한 삼성바이오의 상장 길을 열어줬고, 환경부는 삼성바이오가 생산에 사용하는 원료물질에 대해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적용 제외’라는 특혜를 선물했다.

한 배 탄 삼성-청와대, 2016년 8월 언론보도로 거래 단절

2016년에도 뒷거래는 계속됐다. 삼성의 또 다른 숙원 사업으로 일정한 요건 하에서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지배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등의 현안을 놓고 ‘박근혜 청와대’와 삼성은 또 한 배를 탔다. 그해 1월 공정위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대통령 업무보고에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핵심 사업으로 보고했고, 삼성은 최순실씨의 ‘금고’인 케이스포츠 재단에 79억원을 출연하고, 정유라씨가 타던 말인 ‘비타나’ ‘라우싱’을 최씨 소유로 이전해 준다.

이어 같은 해 2월1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세 번째 독대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고, 이 부회장은 “현재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해달라” “삼성바이오가 상장 뒤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 지원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청탁했다고 한다. 이미 2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상태라 당시 만남은 ‘정산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전달해 살피도록 했으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융위의 거부로 결국 무산됐다. 삼성은 청와대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별다른 배당 없이 5년 이내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계약자들의 동의 없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현금으로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신설되는 금융지주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45.78%(삼성생명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20.76%)로 커지는 노골적인 특혜 요구였다고 한다. 금융위 차원에서 이 방안을 이례적으로 사전 검토까지 해줬으나 “도저히 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0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승계작업 한창 일 때 벌어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삼성과 청와대의 ‘밀월’은 2016년 여름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이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은 박상진 사장 등을 독일 현지로 급파해 최순실씨 등과 접촉해 허위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출구 전략을 도모했지만, 결국 검찰과 특검 수사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예정대로 그해 11월 상장됐다. 삼성 쪽은 “고의 분식회계가 아닐 뿐더러, 삼성바이오의 상장은 승계 작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련의 승계작업이 한창이던 시기 이 부회장의 ‘분신’과 같은 삼성물산(옛 에버랜드)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지난해 11월)이 나와 있는 상태다.

2014년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의 합작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편입해 가치를 뻥튀기하면서, 바이오젠이 삼성과 대등한 수준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콜옵션’을 숨겼고, 2015년엔 이 ‘콜옵션’을 반대로 활용해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또 한번 수익을 부풀렸다는 것이 ‘마법 같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의 뼈대다.

검찰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삼성의 승계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검찰 수사는 일단 분식회계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결국 승계 과정까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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