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해 귀화자 1만명 시대..'어서와 한국인은 처음이지?'

정진호 입력 2019.02.04. 05:01 수정 2019.02.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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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전북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야 하는데 매번 차가 너무 막혀 이번에는 몇 시간이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지난달 21일 제1회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한국 귀화 증서를 받은 베트남 출신 이수진(32)씨는 귀성‧귀경길 도로 상황을 걱정한다. 그는 베트남에서 28년을 살았고 한국 생활은 5년 차지만 여타 한국인들과 똑같은 명절 고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설에 먹을 떡국 얘기를 하며 “시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매번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한 상 차리는데도 며느리에게 부담이 갈까 봐 항상 신경 써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베트남에도 설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축제 분위기를 즐기며 전통 음식을 먹었지만 어느새 반쯩보다 떡국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반쯩은 바나나잎으로 찹쌀, 녹두가루, 돼지고기를 싸서 12시간 동안 삶은 음식으로 떡과 비슷하다.
이수진(32)씨의 가족사진. [독자 제공]


태국 출신 귀화자 "남편과 장거리 연애 힘들었어"
이씨는 지금 같이 사는 동갑내기 남편을 온라인상에서 알게 됐다. 처음엔 일종의 ‘랜선 친구’였다. 2012년부터 하노이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베트남어-영어 통역 일을 하다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베트남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게 계기였다.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몇 달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지금의 남편이 베트남에 출장 왔을 때 실제 얼굴을 처음 봤다.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2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 2015년 11월 결혼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남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도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았다”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장거리 연애를 하는 2년 동안은 ‘카카오 페이스톡’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귀화자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만1556명으로 2017년(1만86명)에 비해 14.6%가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통계를 보면 매년 1만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국적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의 국민선서를 했다. 이씨 역시 지난달 21일 선서에.동참했다.


금발의 한국인 "태극기 단 국가대표 되고 싶다"
벨라루스 출신의 카베트스카야 율리아(18)도 이씨와 함께 국적 증서를 받았다. 율리아는 2008년 어머니가 한국인 새아버지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서울 세화여고에서 배구 선수로 생활하고 있다. 1일까지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배구 대회에 출전했다. 대전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설을 보내면서 대회의 피로를 회복할 생각이다.

배구 선수로 프로 진출을 노리는 카베트스카야 율리아(18). [독자 제공]
율리아는 “아버지 형제가 많아서 명절에 할머니를 뵈러 내려가면 항상 시끌시끌하다. 올해도 그럴 것 같다”며 “한국에서 10년 동안 경험한 설은 북적거리는 잔치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음식을 워낙 좋아해 명절을 더 기다리게 된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에는 설이 없다.

율리아는 요즘 고민이 있다. 국적 귀화까지 마친 만큼 율리아라는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써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그의 한국 이름은 한무린이다. 한국인 오빠 3명이 돌림자로 ‘무’자를 쓰기 때문에 자연히 이름에 ‘무’가 붙었다.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그는 “지금까지 율리아라고 불려왔는데 무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어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대학 면접보다 귀화 면접이 더 떨렸어요"
올해 정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출신의 김성위(24)씨는 귀화 면접을 보던 당시 받은 첫 질문을 아직도 기억한다. 김씨는 “면접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물어봐 순간 머리가 하얘졌는데 학생 때 기억을 더듬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는 대학 입시 면접보다 당시가 더 떨렸다고 한다.

그는 흔히 말하는 조선족이다. 증조부 때부터 중국에 살기 시작했지만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김씨는 “어렸을 때 중국에 살았지만 조선학교를 계속 다녔었고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게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한국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등 경제사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 중이다.

김씨는 귀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과 친구가 모두 한국에 있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이수진씨의 국적 취득 이유는 김씨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차별당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 역시 당당한 한국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귀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율리아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이 중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 국가대표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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