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은 왜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했을까
임금 깎고 노동시간 늘리고 노조활동 제한
오히려 경쟁서장률 떨어질 것..중복과잉투자도 우려
정의당 "사업과정 공개와 투자유치기업 다변화 요구"
우선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에 기업(현대자동차)이 신규 공장을 짓는 투자를 하고, 노동자들은 기존 노동자들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주택이나 교육, 교통 등 각종 생활 인프라를 지원, 생활비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임금을 보존해 준다.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면서 해당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기대효과가 있다.
◇기업만 배불리고 노동자와 일반 국민은 피해만 우려
하지만 노동계와 진보정당들은 이런 기대효과는커녕 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노동자와 일반 국민들에게는 피해만 있는 ‘바닥을 향한 질주’라고 비판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모델, 광주형일자리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우려를 설명했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과거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횡행했을 때 후진국들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국에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 주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최대한 억제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비교했다. 과거 후진국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눌렀고 노동시간은 늘렸으며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는 제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문제는 다른 나라들도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려고 했고, 한 나라가 임금을 낮추겠다고 하면 다른 나라는 임금을 더 많이 낮추겠다는 안을 들고 나왔다”며 “결국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투자 유치국의 임금을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등 노동 조건의 악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바람에 예산이 부족해 사회보장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 전체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저 사회보장 지출에 시달렸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고 추진한 투자유치 정책이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 역시 전형적인 ‘바닥을 향한 질주’”라고 지적하며 “임금을 억누르고 노동시간을 늘리며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그리고 기업의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시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 다른 지자체도 똑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지자체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우리는 머지않아 지자체들끼리 누가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는가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기업들은 정부가 주는 혜택만을 노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중복과잉투자로 나타날 것이며 나아가 산업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특정기업에 대한 의존 안돼..투자기업 다변화할 것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는 정의당도 이번 투자협약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번 투자협약은 근본취지인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의 연대적 개선 등 4대 핵심원칙은 실종되고 노동권을 제약할 수 있는 독소조항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적정임금은 자동차 업종 대기업노동자들의 절반 수준인 4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후퇴했고, 그 마저도 적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에서 44시간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31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노사책임경영(노동이사제 등)는 ‘노사간 협력을 통한 소통경영’으로, 원·하청 관계의 연대적 개선(원·하청 이익공유제, 하청단가에 임금 상승분 반영 등)는 ‘협력시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도모’란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후퇴됐다.
정의당 정책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사업진행과 투자협상과정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 △노동기본권을 침해하지 말 것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이나 특혜를 방지하며 투자유치기업을 다변화할 것 △국내외 자동차 산업의 치열한 경쟁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고용 여건을 반영해 신설법인의 생산 차종을 다변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승현 (e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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