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몽골행 항공노선이 황금노선이 된 이유는?

입력 2019.02.04. 09:26 수정 2019.02.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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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항공자유화협정 맺은 나라 신규 취항은 장애물 적어
협정 체결하지 않은 나라 노선 확보는 '별 따기'
중국 등 협정 확대에 대형-저비용 항공사 입장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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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공업계에서는 인천~울란바토르(몽골) 노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다음달 이 노선 운수권을 항공사 1곳에 추가로 배분하게 되는데, ‘이 노선을 누가 따낼 것이냐’에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겁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가 너나없이 이 노선 운수권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시아나는 300석 안팎의 대형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여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저비용항공사들은 저렴한 운임을 내세우며 국토부의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대한항공이 약 30년간 독점해온 ‘황금 노선’입니다. 6~8월 성수기 탑승률이 90% 가까이 되고, 운임도 100만원에 달해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황금 노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16년간 대형 항공사가 독점한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도 다음달 국토부가 1개사에게 추가로 운수권을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도 저비용항공사 5곳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노선인데, 왜 항공사 한 곳에만 주는 걸까요?

일본은 소도시도 취항하는데…몽골은 왜?

양국 정부, 혹은 다자간 정부는 항공회담을 열어 ‘항공 자유화 협정(오픈 스카이)’을 맺곤 합니다. 해당 국가와 ‘항공 자유화 협정(오픈 스카이)’이 없으면 노선 운수권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항공 자유화는 1단계부터 9단계까지 나뉩니다. 보통 항공 자유화라 하면 양국이 노선 신규 개설, 운항 횟수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상태(제3~5단계)를 뜻합니다. 일본, 베트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일본, 베트남이 우리나라와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은 국가인데요.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이 일본 사가·기타큐슈·구마모토·가고시마와 베트남 나트랑·푸꾸옥 같이 비교적 작은 도시에도 정기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지금 항공업계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몽골과 싱가포르는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은 국가가 아닙니다. 몽골 운수권은 1991년 한국과 몽골 정부가 두 국가의 1개 항공사만이 운항하기로 해, 30년 가까이 대한항공이 이 노선을 독점해왔습니다. 최근 양국 정부는 항공회담을 열고 ‘한 주에 2500석 안쪽에서 2개 항공사가 최대 주 9회까지 운항한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한항공 이외에도 1개사가 운수권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운수권 배분을 두고 경쟁이 불붙게 된 것이죠.

한국은 2016년 12월 기준으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29개국과 여객·화물 모두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었습니다. 중국과도 2006년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했지만, 산둥성·하이난성에 한해서만 여객·화물 자유화 협정을 맺는 등 제한적입니다. 나머지 지역의 운수권은 논의를 해야 합니다. 한중 정부는 지난해 말 4년 만에 항공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중국 하늘길이 더 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사드 문제, 중국의 자국 항공산업 보호 등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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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자유화 협정, 확대해야 하나?

그렇다면 항공 자유화 협정을 폭넓게 늘려야 할까요? 이를 바라보는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우선 대형 항공사는 항공 자유화 협정을 확대하는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습니다.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은 대형 항공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중국, 중동의 항공사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은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의 3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은 2015년 오바마 정부에 “에미레이트항공·카타르항공·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국영 항공사들의 미국 노선 수를 축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중동 항공사들이 가격 공세와 물량 공세를 벌이면 자국 항공산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ㄱ씨도 “중국과의 항공 자유화 협정 확대는 대형 항공사에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ㄱ씨는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한국 비행기가 중국에 100대 들어가면 중국 비행기도 한국에 100대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국항공사의 서비스는 한국 대형 항공사보다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대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수 있다. 단거리비행이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서비스가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항공사를 선택할 수 있어 대형 항공사에 불리한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단거리 여객에선 대형 항공사가 저비용 항공사에 가격 경쟁력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저렴한 중국항공사가 추가로 들어온다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 ㄴ씨도 “중동의 경우 저가공세를 펼쳐 해당 국가의 항공 시장을 잠식한 뒤 운임을 높여버리는 등의 방식을 쓴 사례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중국 등과 폭넓은 항공자유화협정을 맺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형 항공사가 독점해왔던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등에 저비용항공사도 취항할 수 있게 되니 큰 기회라는 겁니다. 신규 저비용항공사 탄생이 임박하는 등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선 확대는 저비용항공사의 수익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노선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부정기선을 띄우는 등 여러 절차를 거치는데, 항공 자유화가 이뤄지면 그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도 “이미 저비용항공사는 다른 국적 항공사들과 비용으로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등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항공회담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네트워크를 늘린다는 측면에선 좋지만, 중동 등이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파괴하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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