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폐업 현실화..자영업자는 이 나라 국민 아닙니까?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19.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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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영업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건물 앞에 가게 임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제원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해 도·소매업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8만2000명으로, 전년(83만8000명)보다 5만6000명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전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전년보다 8만7000명 줄어든 점에 비춰보면 전체 감소폭의 64%가 도·소매업에서 나온 셈입니다.

반면 도·소매업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7만3000명에서 38만6000명으로 1만3000명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부진할 때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는 일자리를 잃은 임시·일용직 유입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는 폐업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지난해 자영업자 급감…폐업 증가가 주 원인

연이은 경기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와 폐업 증가로 소상공인의 신용위험도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최근 전국 16개 지역신보를 대상으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보증행태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지역신보의 신용위험 동향지수는 41.9로 1.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상공인의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매출은 줄고 연체와 폐업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신용위험지수는 지역신보 보증수혜자의 신용위험 동향·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보증수혜자의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향후 전망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는데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영업비용, 잠재적 사고위험자산 노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전국 16개 지역신보 모두 소상공인들의 자금조달이 한계에 도달하는 등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는데요.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10.9% 오른 8350원(시급기준)으로 정해지면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수당과 주휴시간까지 산입되면 실질 최저시급은 1만30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주장입니다.

◆5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소득 줄어든 자영업자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우리카드 222만개 가맹점의 카드결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9월 자영업이 집중된 업종의 개별 점포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은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200만원 초반으로 낮은 수준인데, 매출 감소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소득이 더 줄면서 휴·폐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명동과 강남 등 서울 특급 상권에서조차 '임대 문의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상가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영업 위기는 정책 문제뿐만 아니라 자영업 내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힌 고차 방정식"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라도 무리한 자영업 진출을 억제하고, 폐업한 소상공인이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영업 구조조정을 연착륙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소상공인 폐업 늘지만 사회안전망 사실상 無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1인 자영업자 폐업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사실상 전무한 현실입니다.

월급쟁이처럼 폐업 후 일정 기간 실업급여로 생계를 꾸리며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1인 자영업자는 극소수(0.3%)에 불과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영업자 중에서도 가장 영세한 1인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과감하게 이들에 대한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 1인 자영업자 대부분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자와 다름 없는 일부 제조업 종사자나 중장비 기사 등 건설업 종사자도 경기 부진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구조조정 충격을 흡수할 장치는 전무한 실정인데요. 소득감소 등을 이유로 자영업자 스스로 장기체납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 '자영업자 성장·혁신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성장·혁신하는 자영업, 잘사는 자영업자'를 비전으로, 창업부터 폐업에 이르기까지 자영업의 '생애주기'에 맞춰 지원하고 상권 보호와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총 5회 소상공인대책이 나왔지만, 과거 대책은 모두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었는데요. '육성'에 중점을 둔 대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상공인업계는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행 과정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시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 대거 폐업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

이런 가운데 "음식점 10곳 열면 9곳 폐업"은 가짜뉴스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팟캐스트 '고칠레오'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대거 폐업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는데요.

유 이사장은 천호선 재단 이사와 함께 촬영한 '고칠레오' 3화를 이날 유튜브와 '팟빵' 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그는 영상에서 '2017년 음식점 10곳을 열면 9곳 폐업'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거론, "제목들도 이해가 안 되고 내용도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유 이사장은 "(2017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원래 있는 식당이 70만개가 있고, (한 해 동안) 18만개가 생겼는데 그중에서 16만 몇천개가 문을 닫았다"며 "그 결과 72만2000개가 남아있는 것인데, 마치 모든 식당 10개 중 9개가 망한 것처럼 (보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천 이사는 "식당이 원래 100개가 있었는데 10개가 창업했고, 9개가 폐업했다고 사업 성공률을 10%밖에 안 된다고 하면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는데요.

전체 음식점을 분모로 폐업한 업체 수를 나누는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단지 창업한 업체 수와 폐업 수만으로 성공률을 계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유 이사장은 "2017년의 폐업 비율이 제일 높았다고 해도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주장은 성립 안 하는 것 아니냐"며 "2018년에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음식점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려면 (통계가 나오는) 올해 8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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