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수도공대냐 성공한 포항공대냐..한전공대 갈림길

한종수 기자 2019. 2.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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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속 숙제 산적
한전, 대학운영방안 담은 최종용역 4월 초 발표
한전공대 입지로 최종 선정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 일원 모습. (전라남도 제공) 2019.1.28/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호남권에 제2의 포항공과대학(포스텍)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한전공대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재정부담 주체를 놓고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대학 설립 주체로서 자금줄이 돼야 할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 운영비 일부 지원을 약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도 문제다.

정부지원 등 자금 마련 방안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과거 한전이 만들었다가 사라진 '수도공대'의 전철을 또 밟을 수 있다. 가뜩이나 카이스트(KAIST)·포스텍·유니스트(UNIST) 등 과학 특성화대학 과포화 논란이 큰 상황이어서 한전공대 설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6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6개 학과에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 100명으로 꾸려진다. 등록금 전액 면제에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부지는 지난달 28일 중간 용역보고에서 입지선정위원회가 나주 혁신도시 한전 본사 바로 옆 부영골프장 일원으로 확정했다. 부영그룹이 무상으로 내놓은 골프장 40만㎡와 인근 국공유지 80만㎡를 더해 모두 120만㎡ 규모로 조성된다.

한전은 공대 설립에 약 5000억원이 필요하고, 설립 후에도 매년 운영비로 약 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용부담 주체가 어디냐는 것이다. 한전은 6년 만에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앞두고 있고, 운영비 등의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할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30%대로 17개 광역시 중 꼴지 수준이어서 원활한 재정 지원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한전 측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 차원의 시행령 개정 등으로 국비지원을 받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에선 과거 정부나 공공기관의 대학 운영 실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과거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민간 KT 등이 공동으로 설립해 1998년 개교한 사립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를 들 수 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ICU는 국가나 공공기관은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없음에도 규정을 어기고 국비를 지원받았다는 감사원의 지적(2004년)을 받고 2007년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와 통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결국 2009년 1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을 거쳐 같은 해 3월 ICU는 카이스트와 통합됐다.

또 다른 사례는 1964년 설립한 수도공대를 들 수 있다. 당시 한전이 세운 학교법인 한전학원은 정부 설립 인가를 받아 전기공학·기계공학·토목공학 등 3개 학과로 수도공업초급대학을 만들었고, 재인가를 거쳐 4년제 '수도공업공과대학'으로 개편해 운영했다.

하지만 한전의 재정 부족으로 1971년 10월 홍익학원(홍익대학교)에 이양했다. 별도 수입원 없이 학생이 낸 등록금과 한전 보조금으로만 운영하다가 보조금 삭감 등에 따른 재정난에 10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은 것이다.

한전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학 설립과 지속가능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특별법 제정 등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 재정 지원을 이끌기 위해선 유니스트 설립과정에서 만든 특별법(울산과학기술원법)과 같은 법을 제정하거나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박맹우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전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한전공대 설립에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전은 대학운영방안 등이 담긴 최종 용역보고서를 3월까지 마무리짓고 4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 재정 지원을 이끌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수도공대 이양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등 법적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며 "대학운영방안을 담은 최종용역 결과를 3월에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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