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 식용' 비인도적 산업인가, 식문화인가

김성호 2019. 2. 6. 12: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살법 도살 농장주 파기환송심 진행 중
-박소연 케어 대표 안락사 논란과도 연관
-동물보호 vs 축산농민 생존권

“개를 먹는 게 전통이고 문화였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격화된 도축장비로 도축하는 소나 돼지와는 다르게 개는 임의로 전력을 조절하는 전기봉을 입에 쑤셔 넣어 감전사(전살법)시키죠. 환경을 개선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니 연구도 이뤄지지 못합니다. 개 사육농장 자체도 영세한 규모가 많다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죠. 오랜 시간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를 이렇게 비인도적으로 다루는 게 과연 문명을 이룩한 인간이 할 만한 일인가요?”

“개 식용 논란은 육견축산농민들의 자유와 생존권을 동물보호단체가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인데 동물보호단체는 개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답니다. 식용견 농장에 동물보호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법으로 인정해 관리하도록 하면 되는 거죠. 키우는 개랑 다르게 소나 돼지처럼 먹는 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이겁니다. 더구나 우리는 개를 먹거리로 다루고 관리하니 멋대로 유기하거나 죽이지도 않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대표라는 사람이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받고 개를 구조한다며 홍보해서는 몰래 죽이는 걸 보세요. 동물보호단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습니다.”

개 식용 문제를 두고 식용견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육견인 단체와 동물보호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구조한 개 수백 마리를 몰래 안락사 시킨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 박소연 씨의 행각이 보도되며 논란은 더욱 들끓고 있다. 양 측의 대립은 연간 30여 마리의 개를 전살법으로 도살한 농장주 이모씨의 재판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씨 사건은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개 식용 반대 측, “본질적으로 비인도적 산업”

개 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좁은 뜰창에서 갇혀 길러진다 /사진=fnDB

개 식용 논란의 저변엔 책임을 방기한 법의 맹점이 자리하고 있다. 축산법은 개를 소·말·양·돼지·오리·사슴·닭 등과 함께 가축으로 규정한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에도 개는 포함돼 있다.

문제는 동물의 도축과 유통을 관리하는 법률인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위생기준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됐다. 개가 지정되지 않은 도살장에서 비공식적으로 도축될 수 있는 이유다. 요컨대 개는 가축으로 인정돼 사육되지만 도축과 유통에 있어 국가의 관리를 받지 않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개 식용 산업이 본질적으로 비인도적이라고 주장한다. 갈수록 개를 먹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개 농장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법적 미비점까지 분명해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는 공인되지 않은 도축업자 또는 사육농민에 의해 도축되는데 이 과정은 임의적일뿐더러 잔인하기 쉽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모든 동물에 대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이모씨의 재판에서도 전살법의 잔혹성 여부가 논란이 됐는데,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개에게 나타날 증상을 심리해야 한다”며 파기환송심이 다뤄야 할 쟁점을 정리했다.

매체를 통해 수차례 보도된 개 농장의 부실한 관리실태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17년 이정미 당시 정의당 의원이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함께 발표한 ‘식용 개 농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식용 개 농장 최소 2862곳에서 개 78만1740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270여 마리를 기르는 전국 개 농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는 배출되는 분뇨처리 상황이 전부다. 소위 ‘뜬장’이라 불리는, 대소변이 바닥으로 투과되는 좁은 케이지에서 적절한 물과 사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개의 사육환경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지만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개선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개 식용 찬성 측, “개만 특별대우? 사육농민 어떡하나”

육견단체의 국회 앞 시위 /사진=fnDB

개 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은 개가 다른 가축과 근본적으로 차별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축산법에 개가 가축으로 명기돼 있어 개를 기르고 유통하는 건 불법이 아니며,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관리대상에 빠져 있는 가축 가운데 염소나 사슴 등도 개와 마찬가지로 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만 유독 특별히 문제 삼는 건 동물보호단체의 이중 잣대라는 것이다.

전국 개 사육농가 모임인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개 농장 운영자의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한다. 법적 틀 안에서 이뤄지는 개 사육과 유통을 비인도적인 행위로 바라보게 하는 여론을 조성해 이를 생업으로 삼는 축산농민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식용 개는 농장에서 전문적인 도축시설로 보내져 그곳에서 도축된다”며 “개를 때리고 목을 매달아 죽이는 건 지금은 이뤄지지 않는 방식일 뿐 아니라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주 사무총장은 “동물보호단체는 도축업자가 개를 마구잡이식으로 전기로 지지고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 가서 보면 개가 단 몇 초 만에 완전히 마비가 되고 이건 다른 동물 도축법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개 도축이 비인도적인 행위란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회의적이다. 지난해 6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매우반대 18.9% + 반대하는 편 32.6%)이 51.5%로 찬성하는 입장(매우찬성 16.1% + 찬성하는 편 23.7%)을 밝힌 39.7%보다 11.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 도축과 유통과정을 개선하는 대신 개 식용 자체를 반대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감 역시 상당하다. 개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축이 식용으로 도축되고 유통되며 소·돼지·닭 등 주요 가축을 제외하곤 공인되지 않은 도축설비를 사용하는 실정인데, 유독 개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 위선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개 식용을 법으로 중단시킬 경우, 이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의 재산권 보장은 물론 전업에 대한 지원책, 농장의 개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 등도 전무하다. 최근 박소연 케어 대표의 안락사 논란에서 보듯이 동물보호단체의 수용능력은 기존의 구호활동을 감당하기에도 힘에 부친 상황이다.

개 식용 논쟁은 최소한의 출구전략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정부가 빠진 채 양 측이 지루한 힘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자, 여기서 묻는다. 당신은 개 식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