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꿈일까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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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수소경제, 한국서 뿌리내릴수 있을까
리프킨이 역설한 수소경제가 한국 땅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정부가 수소경제를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들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뒤 “수소차 보급을 올해는 4000대까지 늘리고, 2022년 8만1000대, 2030년 180만 대를 거쳐 이후 수백만 대 시대로 빠르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누적 1조원 수준인 수소경제 효과는 2022년 16조원, 2030년 25조원으로 규모가 커지고, 고용 유발 인원은 지금까지 1만 명 수준에서 2022년 10만 명, 2030년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수소경제에 자신감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하는 등 기술력으로 볼 때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 추진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와 맥을 같이하는 노무현 정부도 2005년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엔 기술력 부족 등으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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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 내에서도 찬·반 갈리는 수소경제
수소경제는 학계에서는 물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세력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수소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무한한 에너지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 청정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수소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전기를 장기간 손실 없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는 길고, 충전시간은 짧은 점이 매력이다. 주행하면서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또 수소연료전지는 그 자체가 작은 발전소이기 때문에 발전원을 최종 소비자 가까이에 따로 배치하는 이른바‘분산전원(分散電源)’이라는 세계적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말한다.
반면, 수소경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나 수용성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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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는 청정에너지가 아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문 대통령의 로드맵 발표에 대해 “현실성 낮은 수소 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비효율 및 손실, 미세먼지ㆍ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및 천연가스의 수요를 높이기 위한 구실”이라고 주장했다.
수소경제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중앙일보가 수소경제의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수소는 청정에너지 아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데도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원소이지만, 지구상에서는 수소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천연가스를 통해 수소를 얻으면서도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에 수증기(H2O)와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해 온도를 올리면 수소(H)와 일산화탄소(CO)로 분리되는데, 이 일산화탄소를 플라스틱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이다. 태양광이나 풍력ㆍ수력ㆍ원자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가 남아돌 때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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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효율이 떨어진다?
저렴한 비용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종희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전 세계에서 깨끗한 방식의 수소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면서“2030년쯤이면 경제성을 갖춘 수전해 수소생산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소는 효율 떨어져’= 반대론자들은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려 바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로 만든 뒤 다시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수전해 역시 전기로 물은 분해해서 수소를 만든 다음 다시 이를 연료전지에 넣어 전기를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대신 2차전지를 이용한 전기 충전소를 많이 만들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천연가스를 연소시켜 발전하면 50% 이상의 에너지가 전기로 바뀌고, 이때 발생하는 열까지 난방에 이용하면 효율이 90% 이상 오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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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는 세계 트렌드 아니다?
이런 논리는 수소경제 찬성론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차의 장ㆍ단점을 들어 수소의 강점을 역설한다. 수소차는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5분 이내) 빠르고, 장거리(500~600㎞)를 갈 수 있다.
한종희 소장은 “전기차와 비교할 때 수소차는 덩치가 클수록 유리하다”며 “전기차는 덩치가 커지는 만큼 배터리를 더 많이 실어야 하지만, 수소차는 연료전지에 수소 저장탱크만 추가로 달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나 트럭ㆍ기차는 수소가 유리하고 소형ㆍ경차는 전기차가 유리하다”며 “어느 한쪽을 택하기보다는 수소차와 전기차가 병존하는 길을 찾는 게 더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기차를 시범 운행했으며, 2040년까지 디젤 열차를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18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도 2017년 ‘수소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전기차 보급과 별개로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설립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민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과장은 “수소는 장점만큼이나 인프라 구축에 돈이 많이 들고, 아직 기술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한 점 있다”면서도 “세계 주요국들이 다시 수소경제로 시동을 걸고 있는 만큼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는 수소 분야에 앞서 투자해 미래성장동력을 이끌어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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