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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초계기 갈등 지상대담] "日 자국 정치용으로 이슈 키워.. 韓, 군보다는 외교부 나서야"

이설영 입력 2019. 02. 06. 17:18 수정 2019. 02. 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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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관계 왜 갑자기 나빠졌나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놓고 日 시각에선 작년부터 불신 쌓여 초계기 사태로 위기 불거진 것
잦아들지 않는 갈등, 해결방안은
원인·책임 물으면 해결 못해..해상작전 안전문제로 접근..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에 집중을
한·일 초계기 갈등이 좀처럼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지난해 12월 20일 일본의 초계기가 우리 함정으로부터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비춤)당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우리 함정은 북한 조난선박을 구조하던 중이었다. 우리 군은 구조 과정에서 우방국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리 측은 일본 측에서 정확한 주파수 정보를 공개하고, 양국 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객관적으로 레이더 조사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거부한 채 올 들어서도 세 차례나 우리 함정에 저공 위협비행을 했다. 한국과 일본은 겉으로 우방국이지만 과거부터 뿌리깊은 역사적 문제로 인해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된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원인이다. 일본은 과거 문제를 이미 청산했다는 입장이며, 한국이 오히려 과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본다. 여기에 초계기 갈등이 불을 지피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외교부 등 정부가 나서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1차적 목표를 두는 것인데, 이를 통해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일본의 협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수십년간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방국 관계를 유지했는데, 갑자기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한·일 관계가 왜 이렇게 됐나.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광개토대왕함과 P1 초계기 간의 갈등의 시작은 12월 20일이지만 그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불신은 이전부터 축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측 시각에서 볼 때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측의 이행합의 파기 결정과 작년 관함기 당시 욱일기 불허 입장과 일본 군함의 불참 결정 그리고 과거 징용에 대한 국내법원의 배상 판결 등 일련의 사태가 지속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누적된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양국 간 위기가 촉발됐고 쉽사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비교적 오랜 기간 숙성된 문제로 본다. 2017년 말 한국 정부가 일본의 위안부화해치유재단 출연기금 반납을 결정할 때부터 일본 내 한국정부 불신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국이 정부 간 약속을 깼다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후 반한감정이 더욱 고조됐다. 한·일 관계를 보면 과거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 관계를 설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다.

―일본 정권이 내부 정치를 위해 북핵 문제를 이용해왔고, 현재 북핵 문제 해결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한국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속내가 뭐라고 보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일본은 올해 전국통일지방선거(4월)와 참의원선거(7월 예상)가 12년 만에 겹치는 '선거의 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일본 초계기 이슈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18일 일본이 방위대강을 확정했다. 총 5년 동안 총 274조의 예산을 투입하겠다, 항공모함을 만들겠다, 수직이착륙 비행기 F-35B 18대를 도입하겠다 등 전수방위원칙을 벗어난 공격용 무장계획이 발표됐다. 이후 바로 초계기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에 무력증강, 군사적 강화에 대한 명분 쌓기 속내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일본 패싱' 우려에 따른 반작용으로 한·일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일본의 행위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일본 패싱, 일본의 고립을 초래한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언론과 국민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문 국장=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위해 자국민의 지지를 호소해 왔다. 일본은 군국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해 북핵 문제와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을 잘 활용했다. 최근 들어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미·중 무역분쟁 문제로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마저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군국주의 재건에 대한 추진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번 초계기 갈등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한국과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군사비 증강 명분을 축적하고 일본 국민의 반한감정을 자극해 군사 대국화를 위한 여론을 결집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과거 독도 문제 등도 그렇고 일본이 갈등을 야기해도 우리나라는 직접 대응하지 않는 전략을 택해왔다.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계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 태도에는 문제가 없나.

▲문 국장=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한 우리의 정책은 일본의 노림수에 당하지 않은 좋은 정책 중 하나로 평가됐다. 초계기 갈등도 처음부터 일본의 이런 억지주장 속내를 파악하고 대응하지 말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만약 한국 군함이 실수로 사격통제 레이더파를 조사했더라도 일본에 인적·물적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이는 해상에서의 교통안전수칙 수준의 국제규범을 위반한 정도에 불과한 것이기에 양국 간 정치적 이슈로 다룰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홍 교수=양국 당사자들이 당장은 자신들의 증거 입증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원인을 밝히거나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역대 어떠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군사안보 분야로 갈등이 이전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는데 현재는 외교부나 청와대보다 군이 주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군이 위기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송 의원=뺨 때린 사람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왜 뺨을 맞았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본 아베 총리는 명확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도발을 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그 '도발'에 차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 악화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나.

▲송 의원=일본은 1931년 9월 18일 만주를 침략할 때 유조구(류탸오후)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일본 관동군이 만주 침략을 위해 중앙정부 몰래 철도를 폭파시킨 후 중국군 소행으로 몬 자작극이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1937년 노구교(루거우차오)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일본 초계기 도발도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

▲홍 교수=심각한 영향력을 초래할 수 있다.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북한 재건(Reconstruction of North Korea)'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한·일 관계 개선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미·일 3자 관계는 지역 내 중국의 군사적 성장을 고려했을 때 더욱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과 초계기 갈등이 발생한 뒤 한 달 이상이 지났는데 문제가 봉합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 너무 짧은 시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 같은데, 해결방안이 있을까.

▲문 국장=일본이 초계기 갈등을 정치적 이슈로 계속 끌고가는 한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대응 수위를 낮추고 정치적 이슈가 아닌 해상작전에 관한 안전문제로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 더 이상 장관급 이상에서 정치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며, 한편으로는 양국해군 총수 간 최종 실무협의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결론이 안 날 경우 차기 서태평양 해군심포지엄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홍 교수=원인을 밝히고 양자 간의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사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 정치가 나서야 한다. 톱다운 방식의 문제해결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는 군보다는 외교부나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른바 1.5트랙을 통해 신뢰 회복을 위한 긴급초지들을 가동시켜야 한다.

▲송 의원=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통해 '보통 국가화'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 의도에 맞추어 행위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선거용으로 계속 이 이슈를 활용할 것이다. 야당의 정부 비판이 문제 봉합을 더욱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 지금과 같은 일본의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우리 정부를 지지해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 편을 드는 행위는 대한민국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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