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재판 청탁'.. 전·현직 국회의원 겨누는 檢 칼끝

배민영 입력 2019. 2. 6. 20:29 수정 2019. 4. 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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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 결정 / "전·현직 의원, 국회 파견 법관 '로비 창구'로" / 사실로 밝혀질 시 삼권분립 원칙 훼손 파장 예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구속) 전 대법원장 등 고위층 기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제 검찰 수사는 ‘재판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해당 의원들의 행위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 간 이뤄진 ‘재판 거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 ‘1라운드’ 마무리···이번엔 의원들 차례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 소환해 직권남용, 국고손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40여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의 혐의는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 전 조사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개월간 이어져 온 수사 ‘1라운드’가 마무리 수순을 밟는 셈이다.
 
 
의혹에 가담한 법관 수사가 ‘본류’에 해당한다면, 국회 파견 법관 등을 통해 각종 ‘재판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 수사는 또 다른 ‘본류’에 해당한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의혹은 여야를 막론한 전·현직 의원들이 국회 파견 법관을 일종의 ‘로비 창구’로 활용해 자신 또는 지인이 당사자인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해달라며 ‘재판 청탁’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이라면 입법부와 사법부가 ‘협력관계’를 빌미로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원칙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파견 법관과 임종헌에게 ‘재판 청탁’한 의원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 법관을 의원실로 불러 자신의 측근 자녀가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죄명을 바꾸고 벌금형으로 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견 법관한테 해당 ‘청탁’을 보고받은 임 전 처장은 당시 사건이 진행 중인 서울북부지법의 법원장을 통해 개별 재판부에 서 의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 측근의 아들은 이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전병헌 전 의원
같은 당 전병헌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인 2015년 4월에서 5월쯤 자신의 친인척 보좌관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임 전 차장에게 조기 석방을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양승태 사법부’는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이 각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 청탁을 받고 양형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의원은 다른 의원을 통해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부탁을 했다고 한다.
 
◆민·형사 ‘토털 케어’ 의혹 받는 홍일표
 
검찰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2015년 3월 자신이 피고로 돼 있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알아봐달라고 임 전 차장한테 부탁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행정처 소속 심의관에게 홍 의원의 승소 가능성과 사건 진행 경과, 법률적 쟁점 등을 보고서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임 전 차장은 제출받은 보고서를 홍 의원한테 건넸다. 임 전 차장은 해당 사건이 2심에 오르자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게 연락해 “홍 의원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 의원은 이듬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또 다시 임 전 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부하 법관에게 ‘홍 의원의 방어 방법, 벌금 100만원 미만 선고 가능성 등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려내야 할 사법부가 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각종 법률 조언을 해준 셈이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왜 당선무효형 선고됐는지 분석해주겠다”
 
‘양승태 사법부’는 특허법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특허청이 추진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힘을 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침 유 의원은 2016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처지여서 사법부의 도움이 절실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임 전 차장은 부하 법관한테 유 의원의 1심 양형 이유를 확인하고, 양형이 적정한지 등을 담은 검토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의 손을 거쳐 유 의원한테 전달됐다. 임 전 차장의 부하 법관은 유 의원 측에 “적절히 활용하셔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며 검토 자료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유 의원 측은 당시 사법부가 자신들 필요에 의해 ‘셀프’로 유 의원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들여다 본 것으로 유 의원은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 측은 “(행정처가) 1심 변호사에게 (의견서를) 보냈으나 전달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검토 내용은 유 의원이 이미 1심에서 시인했던 내용에 불과했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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