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감소 '교육특구' 5곳에 집중..서울 전체 절반 육박

최예나 기자 2019. 2.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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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확산되는 학령인구 감소
올해 서울에서 고3 학생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지난해보다 1337명이 감소한 강남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노원구(―1266명), 송파구(―1108명), 양천구(―743명), 강동구(―621명) 순으로 고3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의 쓰나미가 교육특구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실은 동아일보가 7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 25개 자치구의 2016∼2019년 고3 학생 수를 분석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서울의 모든 고등학교(올해 기준 320곳)의 학생 수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 고3 학생 감소폭 강남이 1위

강남 노원 송파 양천 강동구의 고3 학생 수 감소폭은 서울지역 전체 감소폭(―1만1687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43%였다. 교육특구는 대학 잘 보내는 고등학교와 유명 학원을 찾아오는 학생 덕분에 지금까지 학생 수 감소의 위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강남구의 올해 고3 학생 수는 6568명으로 전년 대비 1337명 줄었다. 지난해 감소폭(―318명)의 4.2배다. 양천구는 3년 연속 전년 대비 고3 수가 줄었다. 올해는 모든 자치구의 고3 수가 처음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지역 고교 중 고3 수 감소폭이 큰 10곳 중 9곳은 교육특구였다. 강남이 6곳(은광여고, 단국대사대부고, 숙명여고, 중산고, 영동고, 경기여고)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강서고) 송파(창덕여고) 강동(동북고)이 각각 1곳이었다. 비교육특구는 성동 1곳(무학여고)뿐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북은 학생 수 감소 현상이 몇 년 전부터 뚜렷했다”며 “학생이 선호하는 강남 송파 등 교육특구도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강남으로 전입하려 하지만 집값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은 3학년 때 퇴학하고 검정고시 쳐서 대학 가려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자사고도 학생 수 감소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23곳 중 14곳이 올해 고3 수가 줄었다. 14곳 중 6곳(강남 3곳, 송파 양천 강동 각 1곳)이 교육특구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서울시교육청은 인가 당시 기준에 고정돼 있는 자사고의 학급 수와 학급당 평균 인원(35명)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쟁률이 높았던 자사고 학생 수가 이렇게 줄어드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 감소폭 큰 학교 내신 불리 우려

고3 학생 수 감소폭이 큰 학교는 학생들이 내신을 받기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고3이 제일 많이 줄어든 강서고는 지난해는 고3(503명) 중 4%인 20명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327명)는 13명으로 줄어든다.

교육특구는 자녀 내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 교장들이 학생 수 감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3 학생이 작년보다 117명 줄어든 송파구 영동일고 박애나 교장은 “학생 수가 적으면 내신 받기가 불리하다고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있다”고 말했다. 142명이 줄어든 은광여고 윤미영 교장은 “대입 수시모집에서 내신을 정량 평가하는 대학이 많이 줄었지만 학생 수가 감소해 등급을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는 게 사실이라 학교로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생 수는 더욱 급격하게 줄어든다. 올해 고3이 태어난 2001년은 신생아가 유일하게 50만 명대(55만 명)인 해다. 2000년생은 64만 명으로 ‘60만 명 세대의 마지막’이었고 2002년부터는 40만 명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생 수 감소가 지방에서 서울 강북으로, 이제는 강남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들은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시행돼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학생 수에 따른 성적의 유·불리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 서울’ 할 수 있는 내신 기준으로 여겨지는 1.8등급까지 받은 학생 수를 각 학교가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내신이 중요한데 아무리 노력해도 일부 선택과목에서 ‘인 서울’이 가능한 내신을 못 받는 학교가 생길 수 있다”며 “소수점별로 등급을 받은 학생 수를 학부모는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 서울 공립中高교사도 271명 감소…작년의 2.7배

고교 학급당 2명 배치했지만 신규임용 확대는 엄두 못내

학생 수 감소는 교단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지역 중고교 공립학교 일반 교과 교사가 지난해보다 271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감소폭(102명)의 2배가 넘는다. 학생 수 감소로 올해 서울시내 공립 일반고는 학급당 교사를 2명씩 배치했다.

현재 재직 중인 교사도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 확대는 언감생심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중등교사 신규 임용은 757명으로 지난해 843명에서 100명 가까이 줄었다. 신규 채용을 급격하게 줄이는 건 교육청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도 공립초등교사 임용 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보다 708명 줄인 105명으로 발표했다가 임용 시험 준비생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이런 이유로 교육당국은 학급 수를 급격히 줄이기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학교는 학급 수를 줄이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데도 교육당국이 정부의 채용 확대 정책을 내세워 학교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A사립고교 교장은 “아무리 교육청에서 교원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도 사립 입장에서 추가 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가 줄면 “수업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발표나 토론 등 참여식 수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급당 인원이 줄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적합한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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