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밤 9시 국회 온 김수현, 총대 멘 우원식..'김용균 대책' 막전막후

2019. 2. 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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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직전 원내대표' 우원식, 산업부와 수차례 협의
'경상정비 분야 정규직화'에 정부 난색 표하자
이해찬 "위험 외주화 방지에 의지 부족" 질타
협상장 합류 김수현 "대통령 의지" 대책위 설득
설 전날 극적 타결..두달 만인 9일 영결식 예정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원식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음력 1월1일인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김용균 사망 후속대책’ 발표문을 내놨다. 1.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구성 2. ‘2인1조’ 시행 등 긴급안전조처 이행 및 중대 재해 사고에 원하청 불문 기관장 책임 묻기 3.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정규직화 조속히 매듭 4. 경상 정비 분야는 노·사·전(노동자·회사·전문가) 협의체 구성해 고용 안정 방안 마련 5. 발전산업 안전 강화 및 고용안정 티에프(TF) 구성의 5가지 사항이었다. 김용균 사망사고 시민대책위가 이에 동의하면서 9일 영결식이 치러진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11일 산업재해로 숨진 지 두달 만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책위와 여당, 정부는 연휴 직전인 1월29일부터 최종 합의가 발표된 2월5일까지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여당의 목표는 “설 전에는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총대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메었다. 직전 여당 원내대표이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이다. 관계자들이 설명한 일주일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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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의지 부족” 강하게 질타한 이해찬 대표

1월29일 국회 의원회관 우 의원 방에 우 의원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마주 앉았다. 긴급안전조처 마련 등엔 큰 이견이 없었지만 핵심 이슈인 비정규직 정규직화엔 의견이 달랐다. 김용균씨가 수행한 운전 분야에 대해선 정규직화 논의가 사고 전부터 진행 중이었지만 경상 정비 분야는 아니었다. 대책위의 요구 및 우 의원의 뜻과 달리 산업부는 경상 정비 분야의 정규직화까지는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발전소의 외주화가 이미 20년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획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외주화 작업을 진행해온 주무 부처 산업부 입장에서 이것은 ‘곤란한’ 일이기도 했다. 산업부 태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1월30일 오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주재로 당정 회의가 열렸다. 이 대표와 조정식 정책위 의장, 우 의원 등이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함께 국회에 모였다. 비공개 당정이었다. 여전히 정규직화 방안이 가장 큰 난제였다. 산업부의 보고를 들은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산업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산업부가 경상 분야의 정규직화가 어려운 이유를 주로 설명하자 이 대표가 ‘이번에 위험의 외주화를 끝내자는 게 우리 뜻인데 산업부가 너무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후 산업부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 당정은 경상 업무를 세분화해 위험도를 분석한 뒤 정규직화가 시급한 곳을 구체화하는 데 일단 뜻을 모았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게 맞냐”는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한다. 정부가 위험·비위험을 나누기도 녹록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면 정규직, 덜 위험하면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단순 구분이 노동 현장에 미칠 영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고 갔다.

6일 김용균씨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문객들이 김씨를 추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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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분명한 의지” 설득하러 온 김수현 실장

1월31일 우 의원과 정 차관은 또다시 논의를 시작했다. 우 의원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전화로 실시간 소통을 하고 있었다. “같이 한번 보면서 논의해보죠.” 밤 9시 김 실장이 직접 의원실을 방문했다. 결국 경상 정비 분야에 대해 당과 정, 청이 정리한 방안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 아래 세부 업무 영역을 분석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고용 안정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경상 정비 분야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해 마련한다”였다. 이 외에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 구성 등은 대책위 요구를 크게 반영했다.

밤 11시, 의원실의 연락을 받은 대책위의 이태의 공동집행위원장(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이태성 간사(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가 국회에 도착했다. 김 실장과 우 의원은 이들과 마주 앉아 당정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했다. 이튿날 새벽 12시 반이 돼서야 ‘전달’은 마무리됐다. 2월1일, 연휴 시작 바로 전날이었다.

1일 대책위는 당정의 안을 들고 가 릴레이 회의를 시작했다. 민주노총 산하 여러 단위에서 논의가 오갔다. 당정은 오후 2시로 ‘발표’ 일정을 잡아놨다. 세부 계획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았다. 당정은 5시로 일정을 한 차례 미뤘다. 결국 대책위의 최종 ‘컨펌’을 구하지 못했고, 발표는 보류됐다.

2월2일 아침 8시, 의원실에 다시 모였다. 우 의원과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대책위 관계자 5명과 세부 계획에 대한 추가 회의를 시작했다. 저녁 7시 김수현 실장도 재차 합류했다. 양쪽은 운전 분야의 정규직화 방향으로 공공기관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에 뜻을 모았는데, 대책위는 기관 신설에 당정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랐다.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당에서도 한국노총 등 다른 주체가 배제된 채 당정에서 구체적 결정까지 내리는 것에는 반대였다. 향후 원칙이 ‘미이행’될 경우에 대한 대책위의 불안도 컸다.

김 실장이 나섰다. 김 실장은 “내가 이렇게까지 와서 논의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대책위를 설득했다고 한다. 발표문의 ‘서문’을 논의하는 데도 김 실장은 “의지”를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1월 초 국무회의에서) 말한 게 있으니 그 내용을 중심으로 서문을 잡아보자”는 것이었다. “당·정은 김용균씨와 유족에게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 김씨 죽음을 끝으로 위험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을 바로잡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서문까지 정리가 되고 나서야 이날 회의는 종료됐다. 밤 11시, 회의가 시작된 지 15시간 만이었다.

2월4일 최종 합의문이 작성됐다. 진짜 최종안이었다. 운전 분야 정규직화에 대해선 ‘공공기관 직접고용’의 원칙을 명기하되 한국전력의 자회사 등 형태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건 노·사·전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양쪽은 절충했다. 경상 정비 분야는 정부 제안대로 노·사·전 협의체에서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대책위의 ‘미이행 우려’를 감안해 당정은 큰 틀의 발표문 외에 ‘세부 브리핑’ 형태로 구체적 실천 계획도 함께 공표하기로 했다. 발표문 5항 “당정은 이상의 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티에프를 구성, 운영 지원한다”는 문구는 이런 맥락에서 새로 들어갔다. 애초 발표하기로 했던 한 장가량의 발표 자료는 두 페이지로 늘었다.

설날 당일인 2월5일 오후 1시로 발표 시점이 확정됐다. 이번 발표는 연기되지 않고 실행에 옮겨졌다.

설 당일인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속대책 당정협의’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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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위험의 외주화 방지’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

이번 합의에는 우 의원과 노조 사이 신뢰가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을지로위원장 시절부터 비정규직 및 노조 쪽과 긴밀한 협업을 해온 우 의원은 정부의 전향적 변화를 촉구하고 대책위의 일정 부분 양보를 설득하며 최종안을 이끌었다. 우 의원은 김용균씨 사고가 발생하기 넉달 전인 지난해 8월부터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를 살폈다. 그해 10월에는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참고인으로 불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를 고발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증언에 나선 이태성 간사가 이번 대책위의 간사를 맡았다. 이 간사는 “우 의원과는 비정규직 문제로 수십 차례 협의한 터라 신뢰가 형성돼 있었다”며 “청와대 김수현 실장이 직접 설득에 나선 점도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대책위 이태의 집행위원장과도 학교 현장 비정규직 문제로 소통하던 사이라 신뢰가 있었다”며 “정부, 대책위와 동시에 소통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하에 어디까지로 합의하는 게 최선인지 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보고서 배포와 각종 행사 참여 등으로 설 연휴는 지역구 의원에게 ‘대목’으로 꼽히지만 우 의원은 연휴를 통째로 반납했다. 2일 긴박하게 진행됐던 ‘15시간’ 회의 때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합의는 했지만 대책위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정규직화 관련 구체적 논의는 노·사·전 협의체로 넘겼을 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공격도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7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안전은 안전조처를 통해 예방을 해야지, 근로 조건이나 고용 형태와 연계해서 여론을 호도하면서 (정부·여당이) 안전마저 정치화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을 세워 안전에 대처하겠다는 것은 좌파식 해법”이라고 말했다.

8일부터 ‘밀린’ 지역구 행보를 시작한 우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가 한국당 말대로 좌파식 해법이라면 위험을 민영화해서 싼값에 운영하는 게 맞다는 소리냐”라며 “지난 정부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무분별하게 가속화하면서 1년에 2000명 넘게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당정에서 티에프를 구성, 지원하기로 했으니 합의사항이 신중하게 잘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균씨 영결식은 내일(9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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