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온다고'.. 광주시 주도로 대로변 불법 현수막 설치
대통령 동선 맞추려 가로수·전신주에 불법으로 내걸어
광주시 "제작 개수, 게시 위치 알려달라" 압박 논란도
공직사회도 자조..시 "경사 알리려 기획했는데 과했다"
문제의 현수막은 주로 광주 지역 공공기관들이 만들었다. 가로수와 전신주에 불법으로 내걸린 현수막에는 출처를 알리는 기관명도 친절하게 표시된 것도 많았다. 이유가 있었다.
문 대통령의 광주 방문에 맞춰 불법으로 내걸린 현수막은 200여장이다. 현수막 게시를 기획한 광주시 자치행정국에서 50여장, 나머지 실·국 등 시청 내 다른 부서와 직속기관 또는 사업소 등에서 150여장을 걸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르면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내건 현수막은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8조(적용 배제) 규정이 있지만 이번 현수막은 대상이 아니다. 불법 게시 현수막은 건당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불법 현수막이 집중적으로 내걸린 곳은 광주 최대 번화가인 상무지구 일대다. 주로 차량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자 이용섭 광주시장의 성과인 광주형 일자리가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이들 현수막은 단속하는 구청 등 지자체가 휴무인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열흘 가까이 그대로 내걸려 도시 미관을 해쳤다. 명절에 고향을 찾은 이한수(35)씨는 “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 상업적 현수막 등과 뒤섞여 도심이 정신이 없었다”며 “자영업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하면서…”라고 했다.
광주시가 현수막 불법 게시를 요구했다는 논란도 있다. 시청 내 부서들은 물론 사업소와 직속 기관에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 것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는 “시에서 협조 요청이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 몇 개를 걸었는지도 보고해달라고 했다. 불법성을 알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수막은 기본 크기가 가로 약 4.5m, 세로 약 90㎝ 정도다. 이 크기의 현수막 제작비는 장당 3만5000원선이다. 200개로 계산하면 제작에 약 700만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액수를 떠나 애초에 불법으로 내걸 목적의 현수막 제작에 예산을 들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낡은 방식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민 최지연(36ㆍ여)씨는 “대통령과 시장의 성과라는 걸 시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시민들의 수준을 낮게 보니 이런 플래카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직속기관과 사업소를) 압박한 것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으면 해보자’고 권한 것”이라면서도 “지역의 경사를 알리는 차원에서 기획했는데 (의욕이) 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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